종합금융사가 종금사 위기론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원화와 외화 부족으로 부도위기에 몰리는 일부 종금사가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영업의 기반인 수신과 차입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

여기에 올들어 잇단 대기업의 부도행진속에서 기업부도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아온데다 지난 20일에는 일부 종금사가 멀쩡한 그룹 계열사의 어음을
돌려 부도위기로 몰고 감으로써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종금사는 자금압박을 받아 자구책으로 보유어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종금사가 기업부도의 주범이라는 이미지를 주위에 재각인시켜준
계기가 됐던게 사실이다.

22일 긴급 소집된 종금사 사장단 회의는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사장단이 이날 "자금회수 자제"를 결의함과 동시에 정부에 원화및 외화지원
방안을 건의한 것도 그래서다.

"우리 때문에 기업이 부도나게는 안할테니 정부도 종금사가 처한 어려움을
십분이해 도와 달라"는 것이다.

<> 종금사경영 위기인가 =기아사태의 장기화로 불거져 나온 종금사 위기론
으로 종금사는 요즘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게 사실이다.

기아사태 이후 은행권의 콜론공급이 절반이하인 3천억원대로 떨어지는 등
종금사로 돈이 흘러오지 않는데다 MMDA(시장금리부수시입출금식예금) 돌풍
으로 있는 돈(수신)도 빠져 나가는 실정이다.

반면 은행신탁등 기관투자가가 기업어음(CP) 매입이 극도로 자제되면서
종금사 보유어음은 20조원을 넘어서는등 갈수록 자금부담은 커지고 있다.

보유어음은 늘어나는데 이를 떠안을 돈은 마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따라 지난 7월말께 일부 종금사가 밤늦게 그날 갚아야 할 자금으로
1천억원을 급구하면서 종금사 위기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융가에 위기론이 떠돌면서 은행권와 연기금및 개인고객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종금사의 자금압박은 더욱 심해졌고 이에따라 서울전환종금사가
모두 업무시간이 끝난 오후 5시 넘어 결제자금을 마련할 정도로 차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종금업계는 일부 종금사가 자금압박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도날
정도의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날 갚아야 할 돈을 은행 타입대를 써가면서 까지 갚아온 관행을 들면서
종금사에 대한 불안감이 과대포장돼 오히려 위기론을 낳았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MMDA판매 확대를 위해 종금사 신용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모 종금사 부사장)라는 얘기도 있다.

종금사 사장단이 이날 정부와 한국은행에 강력한 창구지도를 요청한 것은
은행권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종금사위기론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종금사
에 자금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금사 위기론이 확산된것은 원화보다는 외화자금난쪽에서 불거졌다.

종금사 스스로도 원화부문의 부도위기에 대해선 일축하면서도 외화부문
부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다.

외화를 단기로 조달해서 리스 등 장기로 운영해온 구조적인 취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종금사 외화자산은 1백96억달러(7월말)로 이중의 60%는 단기로 조달한
것이며 80%가 장기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종금사는 위기론으로 촉발된 해외금융기관과 국내은행의
대출 상환에 연일 갚아야 할 외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악의 외화 고갈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최근 7개 종금사가 한국은행으로부터 5억달러를 긴급지원 받아 부도위기를
넘겼을 정도다.

종금사 사장단은 이에따라 한국은행의 외화간접예탁금 확대와 외국환평형
기금의 콜론한도를 확대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 보유 CP 회수 자제결의 잘 이행될까 =종금사 사장단의 자제결의는
신사협정이라 할수 있다.

이를 어겼다고 제재를 가하는 조치가 없다는 얘기다.

단지 종금협회가 감시기능을 맡기로 했을 뿐이다.

특히 일부 종금사의 경우 자금압박을 받고 있어 구속력이 필요했다는 지적
이다.

그러나 쉽사리 깨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보유어음의 회수는 기업의 부도를 부르고 또다시 종금사의 부실화를 초래
종금사 위기론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벼랑끌에 몰리는 종금사가 나올경우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종금사의 요청을 정부가 어느정도 수용하고 타금융권이 종금사위기론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볼수 있다.

특히 이번 결의대상은 부도날 경우 자금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할 정도의
주요기업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