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경제가 위기에 처하면서 땅은 가지고만 있으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지금까지의 규제일변도에서
시장자율로 바뀌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국토개발연구원이 지난 21일 열린 공청회에서 발표한 "규제완화를
통한 토지공급 원활화"의 핵심내용도 규제완화와 민간기업의 토지개발
참여확대로 요약된다.

물론 이런 주장이 어제 오늘 나온 얘기는 아니며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로 부동산문제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기업으로부터 대출자금을 무차별 회수하는 바람에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은 부동산보유 자체가 어렵게 됐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조만간 금융시장개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설혹 재무구조가 좋다고 해도 과거처럼 땅사재기를 할 형편이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에 대한 얽히고 설킨 규제들을 풀고 시장자율에 맡길 좋은
기회가 온 셈이다.

다만 우리경제가 짧은 기간동안에 고도성장을 하다보니 의식수준이나
경영여건이 천차만별이고 경제주체간 각자의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취지로 정책을 세워도 시행과정에서 번번이
왜곡되고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방안에서 제시된 토지이용규제의 대폭적인 정비, 규제권한의
지방이양, 도시지구의 확대지정, 산지및 구릉지의 개발활성화, 민간주도의
택지및 산업단지개발, 보유세중심의 세제개편 등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규제완화및 민간주도의 토지개발에 대한 특혜시비가 있으며
그린 벨트완화를 둘러싸고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측과 재산권보호를 주장하는
측이 날카롭게 대립해 있다.

따라서 부동산정책의 개혁을 위해서는 부동산정책및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동산시장의 하부구조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먼저 지역별로 모든 이해관계자 대표가 참여하는 민-관합동기구가
토지이용계획을 세우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택지 공장용지 녹지 등 지목변경을 노리는 부동산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번 확정된 토지이용계획은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해야 된다.

또한 앞으로는 같은 땅이라도 위치와 용도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일수
있는 만큼 개발계획을 포함한 모든 행정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또한 땅값안정을 위해 공공부문의 토지보유를 확대하자면 재정수요충당을
위해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대신 국공채발행을 의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끝으로 가용토지의 과점을 막기 위해 보유과세를 강화하자면 먼저
객관적인 과표자료가 중요한 만큼 부동산거래 전산망을 구축하고 반드시
관인계약서를 사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