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전국 15개 교구에서 사목중인 주교들은 대부분 중형
승용차를 타며 외제차를 타는 주교는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교구장이자 국내 천주교의 상징적 인물인 김수환 추기경은 현대의
소나타II를 3년째 타고 다닌다.

전에는 스텔라승용차를 10년 가까이 타고 다녔는데, 요즘도 "스텔라
탈 때가 더 편했던 것같다"고 말한다.

역시 서울대교구의 김옥균 주교도 소나타II를 사용하며 가톨릭대 총장인
강우일 주교는 95년 구입한 기아의 크레도스를 탄다.

주교회의 의장겸 청주교구장인 정진석 주교는 주교 서품 25주년을 맞아
지난해교구 사제단이 선물한 현대 마르샤를 이용한다.

원주교구장인 김지석 주교는 대우의 91년형 에스페로를 7년째 타고 있어
화제.

주위에서 차를 바꾸라고 강권해도 "앞으로 20년은 더 탈수 있다"면서
고개를 젓고 있다.

김주교는 휘발유를 아끼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유일한 외국인주교인 나 굴리엘모 인천교구장은 아예 자동차 없이
걸어다닌다.

지난해까지 12년전 회갑선물로 받은 대우의 로얄살롱을 탔으나 폐차
시킨 뒤 새차를 구입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안동교구 박석희주교는 주교가 된 뒤에도 대우 르망을 직접 몰고 다니다
최근 교통사고로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교구사제들에게 면허증을
"빼앗기고" 할수 없이 브로엄 뒷자리에 앉게 됐다.

94년 춘천교구장이 된 장익주교는 기아 크레도스를 탄다.

장주교는 서울 세종로본당 주임신부 시절 몰던 기아 프라이드를 줄기차게
타고 다녔으나 너무 낡아 폐차시킨 뒤 95년말 지금의 차를 선물받아
이용하고 있다.

대구대교구의 이문희 대주교는 소나타, 이병호 전주교구장도 소나타II를
타고 다닌다.

대형차를 갖고 있는 교구장도 있다.

군종교구장인 정명조 주교와 대전교구 경갑용 주교, 광주대교구 윤공희
대주교, 부산교구 이갑수 주교는 현대 그랜저, 제주교구의 김창렬 주교는
기아 포텐샤를 이용한다.

정주교는 전국의 군부대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경주교는 발로
뛰면서 사목하는 특성 때문에 대형차를 이용한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