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전략적으로 추진했었다는 내용의
내부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돼 재계전체에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삼성그룹 비서실 기획홍보팀은 지난 3월 작성한 보고서"신수종사업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통해 전략사업분야인 자동차 금융 통신서비스 분야에선
유력업체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재편과 관련,"그룹자동차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선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정부와
공고체제를 구축, 인수분위기와 여론을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이해당사자인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기존 자동차
업계는 삼성과 정부의 시나리오설이 사시로 드러난것이라며 이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국정조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있다.

이에대해 삼성그룹은 "보고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된 내용은 그룹의
신수종사업과 관련된 것일 뿐"이라며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여력도 의사도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파문은 "기아해법"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것만은 틀림없다.

우선 삼성으로선 실제 기아를 인수하려했건 그렇지 않건 이미지의
실추라는 뼈아픈 상처를 안게 됐다.

이미 자동차구조조정보고서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뒤라 이같은 이미지
실추는 더욱 치명적이다.

만약 실제 삼성이 기아 인수를 추진했다면 이번 보고서 파문으로
인수자체가 불가능해졌거나 적어도 3~4년은 늦춰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