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생태계에선 모든 물질이 제대로 순환된다.

인간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은 그렇지 못하다.

쓰레기를 남기는 것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이같은 폐기물은 급증하여 지구가 쓰레기더미로
변하고 있다.

국토가 협소하고 그나마 가용면적이 형편없이 적은 우리는 어떤
나라보다도 쓰레기의 위협이 크다.

마침내 쓰레기와의 전쟁까지 선포된 것이다.

그러나 폐기물 문제는 캠페인이나 일시적 단속만으로 해결될 차원을
넘어서 있다.

관련기술 제도정비 시장개념도입등 고차원의 처방이 필요하다.

요즘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CO2) 문제도 나라나
지역별로 배출허용 쿼터를 정해 이를 나라끼리 사고 팔자는 제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처리기술이 발달한 나라는 생태계의 복원뿐만 아니라 돈도
벌수 있게 된다.

생산->판매->소비를 동맥의 물류라고 한다면 소비->회수->폐기는 정맥의
물류라고 할수 있다.

노폐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순환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정맥의 경제를 어떻게 부양시키느냐가 앞으로 한 국가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지구의 운명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과제라고 할수 있다.

우리도 자동차와 PC가 이미 천만대를 넘어섰고 여기에다 각종 가전제품
까지 합치면 이들의 폐기물이 우리의 강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불을
보듯 뻔하다.

적절한 처리기술 재생기술 재자원화가 뒤따르지 못하면 큰일이다.

선진국에선 기업들이 이를 새 사업분야로 여기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폐기물을 처리하거나 재자원화하는 것을 정맥기술이라고 한다.

재생자원가격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시장이 형성되어 채산이 맞게된다.

이 부문의 기술도 진보하게 된다.

하지만 재생품의 수요가 없어 처리비용만 높아지면 정맥기술은 가동하지
못하고 잠복하게 된다.

산업화는 쓰레기더미에 치여 앞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폐기 가전품의 재활용률이 30%에 이르고 있으며 기술적
으로는 이를 90%까지 끌어올릴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쓰레기와의 전쟁도 정맥기술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