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위기진정 대책을 두고 재정경제원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22일 종금사 사장단의 대정부 건의 회동에 이어 23일에는 당정간에
금융위기 대책회의가 열렸고 일요일인 24일엔 강경식 부총리, 김인호
경제수석, 이경식 한은총재 3인회동이 열려 최근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는
금융시장 대책이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시장경제만을 외쳐오던 재경원이 신한국당과 경제계 금융계의
강력한 항의성 건의를 받아들여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제일은행에 대한 특융,종금사에 대한 자금지원,외화수급 대책, 부실채권
정리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위기를 가라 앉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대책은 대략적인 골격은 잡히고 있지만 한은과 재경원이 특융문제를
두고 갈등을 노정시키는등 마지막 조율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일요일 심야 3인회동을 거쳐 확정된 금융시장 종합대책은 25일 오전 당정
회의와 오후 2시 경제장관 회의를 가쳐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연쇄 회동을 거쳐 확정된 대책을 분야별로 알아본다.

<> 제일은행 지원방안(한은 특융) =금융시장 안정방안의 하이라이트는
한은 특융이다.

재경원은 지난 16일 수지보전을 목적으로 한 한은 특융은 "극히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이미 발표한바 있다.

파산위기에 처한 은행에 연 3%의 저금리를 주는 것은 형평성 시비를 불러
일으킬수 있음은 물론 해당은행의 귀책사유를 소홀히 할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었다.

그러나 유동성 부족문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이같은 입장에는 강경식부총리의 특융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부총리는 국회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등 그동안 특융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것도 사실이다.

재경원은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자 대외적으로 제일은행에
대해 특융을 지원한다고 알리면서 내부적으로는 특혜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금리를 상향조정한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금리는 우대금리수준으로 하며 규모는 1조5천억원에서 2조원
내외로 잠정결정됐다.

이 경우 유동성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되는만큼 추가적인 자구노력이
뒤따른다면 신인도추락 위기는 상당부분 진정될수 있을 것으로 재경원은
기대하고 있다.

또 제일은행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서 특별증자를 허용하지만 국채발행을
통한 증자분 인수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보다는 기관투자자들이 제일은행의 미래가치를 염두에 두고 증자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실채권 정리 =이와함께 11월말쯤 탄생할 부실채권정리기금규모를
2조원에서 3조원 수준으로 확대, 일차적으로 제일은행의 부실채권을 집중적
으로 매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부실기업이 금융기관부채상환을 위해 부동산을 매각할때 특별부가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방침은 확정됐다.

여기에다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부실징후기업으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매각할때 내는 특별부가세도 추가감면해주는등 세제지원방안도 모색중이다.

<> 종금사 지원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를 적극 활용, 유동성 지원 횟수를
늘리고 규모도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세수가 3조5천억원가량 부족한 만큼 국고여유자금을 종금사에 상시
예치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시적인 여유분이 있을때마다 연 10% 이율로
보름이내 범위에서는 빌려줄 방침이다.

또 국책은행및 연기금등에 대해 종금사가 보유중인 기업어음(CP)을
활발하게 매입, 기업의 연쇄부도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일익을 담당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종금사의 최대 현안이 단기외자를 갚기 위한 달러가 없다는 점인
만큼 내달중 산업은행등이 들여오는 외자를 집중적으로 종금사에 융자해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후발및 지방종금사가 능력도 없이 무리하게 외화자산을 취급하다가
이같은 위기를 맞은 만큼 부실금융사의 외화자산 축소및 임직원 감축등
자구노력을 촉구할 방침이다.

<> 기아사태 진정대책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 여유분 3천5백억원을 연
5%의 저리로 시중은행에 지원한뒤 이를 기아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에게
융자해 주기로 했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