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내부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파문을 일으키면서 각 기업들의
보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당사자인 삼성은 보고서 유출로 그룹의 명예가 실추된 것 못지 않게 그간
자타가 공인해 왔던 보안부문의 허점이 드러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타 기업들은 문서나 조직관리에서 상대적으로 치밀하다는 평을 듣는
삼성에서 이같은 문서유출이 일어났다는 점을 중시, 자체보안체제를 재점검
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부문건이나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됐을 경우 뜻하지 않게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사내 통신망이나 사무용 PC등을 점검하고
사원들의 보안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도 강화하는 추세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보고서 작성 자체보다 보고서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중시, 기획팀 자체적으로 보고서 유출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결재문서에 대해선 중요비(1급) 대외비(2급) 사내한(3급) 등
3가지 보안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일단 사내한이 찍히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금지된다.

이번 보고서는 결재문서가 아니어서 보안등급은 없지만 기획팀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아 대외비 수준이라는 게 그룹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요비는 회장이나 비서실장에게만 보고되는 1급 기밀사항이다.

비서실의 경우 팩시밀리나 복사기에 전송이나 카피기록이 남게돼 "누가
언제 몇장"을 복사 또는 팩스로 전송했는지를 알 수 있다.

모든 전화기에는 "이 전화기는 보안성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특히 재무나 기획 비서팀 등의 부서에선 술자리에서도 회사업무를
얘기하지 않도록 교육받고 있다.

현대그룹은 각사별 부서별로 보안관리방식에 차이가 나지만 대체적으로
문서관리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올초부터 계동 현대빌딩에 근무하는 사원들은 반드시 사원증을 패용, 출입
규제를 강화했다.

문서관리와 관련해선 대외비와 일반문서로 나누어 대외비도장이 찍혔을
경우 해당부서장 책임하에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내통신망에 올라있는 문서도 개인마다 ID넘버를 부여, 임원 부장 과장
등 직책별로 열람할 수 있는 비밀문서의 내용을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기획부서와 재무부서 등에선 가능한한 화면상의 서류내용을 프린트
하지 못하게 관리한다.

LG그룹도 문서 디스켓 마이크로필름 등을 자체보안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특히 사무실의 모든 PC는 5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패스워드를
재입력시켜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대우그룹은 사내 문서보안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전반적인 보안의식을
점검중이다.

그룹회장실의 경우 대내외비 대외비 사내한의 3개 등급으로 문서를 관리
하고 있다.

이중 대외비 이상 보안문서는 담당자-담당임원-최고경영자의 라인을 타고
보고되며 라인을 벗어나면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사내 정보통신망에서 프린트할 수 있는 자격을 업무에 따라 제한해
임원이라도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제한을 두고 프린팅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획팀 재무팀 등 문서작업이 많은 부서에선 우선 사내에서 작성된 모든
문서에 대해 파기할 때 반드시 파쇄기를 사용할 것을 요청하는 등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