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절친한 벗''인 상호신용금고가 지방은행으로 발돋움한다.

신용금고는 지난 72년 지하자금 양성화방안의 일환으로 출범한 이래 25년간
제도금융권의 외곽에서 금융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반서민과 영세
상공인을 위해 편리하고 신속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민금융의
파수꾼''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현재 신용금고는 2백33개로 1백3개의 지점을 합하면 총3백36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으며 여수신규모가 각각 30조원에 육박하는 등 지역경제의
주춧돌로서 전국에 실핏줄같은 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신용금고도 새로운 변신을 모색해야할
시점에 서게 됐다.

최근 진행중인 금융개혁의 여파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권의 고유한
업무영역이 허물어짐에 따라 신용금고의 아성인 서민금융시장도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잇단 대기업부도로 기업금융이 위축된 은행 보험 등 대형 금융기관들은
보다 안정적인 가계금융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고 선진금융기법을 앞세운 씨티 홍콩상하이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도 일반개인을 겨냥한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파이낸스는 신용금고의
여신영업기반을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내년에 출범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도
부담스런 경쟁상대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제 신용금고가 자랑해온 "고수익과 신속대출"이라는 트레이드마크만으론
더이상 "금융계의 골리앗"들과의 싸움에서 견뎌낼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신용금고업계도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는것이다.

그동안 신용금고의 보호막 구실을 해온 각종 규제와 금융기관간 칸막이가
제거되고 금융시장 전면개방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금고업계의 구조조정과
규제철폐가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용금고업계 구조조정의 핵심은 지방은행 전환과 대형우량화로 집약된다.

우선 금고업계의 틀안에 가둬두기에는 규모가 너무 비대해진 대형금고들을
지방은행으로 전환시키는 문제다.

대형금고의 경우 신용금고의 고유한 영업형태인 지역밀착형 영업보다는
어음할인 등 대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비중이 훨씬 높은데다 2~3년전부터
성장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재경원이 내년 상반기에 "금고의 은행전환 기준"을 마련, 하반기내로
대형금고의 지방은행 전환을 허용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지방은행 전환을 직간접적으로 천명한 신용금고는 서울지역에서는
부국 동부 제일 한솔 사조 신신금고 등이며 지방에서는 전주 전일금고와
광주 창업금고 등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전환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부국금고는 이미 실무팀을 가동시키며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여수신규모가 8천억원대로 1조원안팎인 제주은행에 맞먹는데다 서울지역에
11개 점포망을 갖고 있어 전산망과 전문인력충원만 이뤄진다면 당장
은행업무에 뛰어들수 있는 상황이다.

동부그룹계열의 동부금고도 그룹차원에서 은행전환을 추진중이다.

"부가가치높은 알찬 지역은행"이라는 장기비전아래 은행전환을 위한
실무연구팀을 조만간 구성, 본격적인 은행전환 준비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98년 상반기에 기업공개를 단행한후 하반기중 은행업무에 손색이
없는 본점사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또한 부실없는 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는 전일금고와 창업금고도 탄탄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각각 전북은행및 광주은행과 지역경제권을 둘러싸고
한판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앞서 규제철폐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는 우량금고를 선정, 지점신설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역별
최저법정자본금(특별시 60억원, 광역시 40억원, 기타지역 20억원) 규정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또 대형우량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금고간 M&A(인수및 합병)가
활성화되기위해 합병금고에 대해 인센티브뿐만아니라 부실및 사고금고를
금고업계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금고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높일수 있도록 기업공개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상근 금고연합회장은 "지역밀착영업에 경쟁력을 갖고있는 중소형금고에
대한 육성방안도 아울러 강구돼야한다"며 "다양한 상품개발과 함께
대형.중소형금고가 균형발전되어야 금고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제고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한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