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을 끼고 있는 삼화금고는 점포가 1개뿐인 소형금고인데도
지난해 2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는등 내실있는 경영으로 유명하다.

금고에서 직접 상가를 돌아다니며 입출금을 대신해주고 즉석에서
대출절차도 처리해주는등 "발로뛰는 영업"으로 상인들로부터 가족같은
신뢰를 받고 있다.

또 은행창구가 문을 닫는 밤부터 아침까지 야간창구를 운영, 야간영업이
많은 시장사람들에게 최대한의 금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형금고들은 한 곳에서 10~20년간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일반서민과 영세상공인 사이에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은행등 대형금융기관에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역밀착형 영업방식이
그 무기다.

그러나 이제는 은행등 대형금형기관에서도 고객을 찾아 나서는 파출수납을
흉내내고 있으며 각종 고객밀착 서비스를 쏟아내면서 신용금고의 시장을
파고들도 있다.

특히 기업체보다 자영업자나 서민과의 거래가 대부분인 중소형금고로선
그나마 남아있는 틈새시장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속에서 중소형금고들이 살아남느냐 고사하느냐하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중소형금고가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형금고 위주의 정책을 펼쳐온
정부가 이들 금고의 활로를 터줘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우선 중앙금고 역할을 수행하는 연합회의 기능을 강화, 개별금고간의
지급결제를 위한 유동성조절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각금고의 여유자금관리
및 운용등을 담당케 하는 한편 금고전산망 인력양성등 업계의 SOC구축작업도
펼칠수있는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대형금고에만 한정돼있는 지점신설혜택을 중소형금고에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금고에 점포자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지점허가구역을 조정, 특정지역에 밀집된 점포를 전지역으로
평준화함으로써 미개발시장의 지역금융을 맡도록 하는것도 중소형금고의
살길이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경우 서민금융과는 거리가 먼 강남지역에는 금고가
몰려있으나 서민밀집지역인 은평구등 일부지역에는 금고가 없다.

이같은 상황은 지방중소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오산의 한남금고 곽치섭 사장은 "금고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점포망을 늘리는게 급선무"라며 "영업력이 탄탄한 중소형금고에 비용과
인력이 적게 투자되는 출장소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수 있도록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여수신상품은 모두 합해 17개로 공제상품을 취급하는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태로는 은행등 대형금융기관과 경쟁할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수요를 가진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할게 뻔하다.

물론 금고업계 스스로가 공신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자성도
필요하다.

아직도 금고가 어떤 금융기관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않은데다
금고라는 말에 금융사고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금고가 지역금융기관으로 일반인의 뇌리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부실금고나
사고금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계의 자정활동과 건전경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