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사람이 먹을 수없는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논란으로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우지파동"사건이 삼양식품등 관련업체들의
무죄로 최종 판결이 났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정귀호 대법관)는 26일 미국에서 수입한 우지로 라면
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삼양식품 등 4개사와 회사간부 10명
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식품으로 적합한지의 여부는 각국의 식품문화와
소비성향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 "우지가 충분히 생산
되는 미국 국내법상 비식용으로 분류되는 우지라 하여 국내 식품공전에 정한
식용우지로서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지파동은 지난 89년 검찰이 삼양라면 서울하인즈 오뚜기 삼립유지
부산유지등 5개사가 사람이 먹을 수없는 공업용 유지를 들여다가 식품가공에
사용한다는 혐의로 관련회사 대표자와 실무자들을 구속하면서 촉발됐다.

94년 1월 열린 1심에서 관련 피고인들에게 부분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3년, 집행유에 2-5년의 선고를 받았다.

95년 7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에서는 관련 피고인들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었다.

삼양식품등 관련업체들은 무죄로 사건이 끝남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그동안 입었던 영업손실등 유무상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검토중이다.

관련업체들은 8년을 끌어온 재판에서는 비록 승소했지만 이미 입은 피해는
매출손실만 2천억원에 달하는 등 막대한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당시 라면업계 매출 수위의 자리를 지켯던 삼양라면은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라면판매와 생산을 중단, 1천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으며
1백억원어치이상의 제품을 회수해야했다.

회사의 신뢰와 명예는 일시에 땅에 떨어졌다.

또 관련회사 가운데 하나인 부산유지는 부도가 나 회사자체가 없어지는
비운을 맞았다.

이번 우지라면 무죄판결은 검찰 소비자단체 등의 유해식품에 대한 사회
감시기능이 전문가들에 의한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