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6일 미국에서 망명절차를 밟고 있는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
부부와 장승호 파리주재 총대표부 참사관 가족에 대한 향후 망명처리와
조사과정에 우리측 관계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측에 요청키로 했다.

특히 장대사 일행이 미국체류를 희망할 경우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일행
전체 혹은 일부가 한국을 최종 망명지로 선택할 경우 원만한 해결방안을
놓고 미국측과 본격적인 외교협의를 벌여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위해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유명환 외무부북미국장을
워싱턴에 급파, 미국측과 장대사 일행의 조사 및 향후 처리방안을 협의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황장엽 전북한노동당비서의 조사과정에 미측이
참여한 것처럼 장대사 일행에 대한 조사과정에 우리측 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이번 사건이
철저하게 국제관례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향후 협의과정
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이번 사건으로 남북한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미국과 의견을 모았다.

이와관련, 외무부 관계자는 "외교경로를 통해 이번 사건을 국제관례에
의거해 처리하고, 한반도 4자회담과 미사일회담등 예정돼 있는 협의채널은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장대사 일행은 미정보당국의 보호아래 1단계 조사를 마친후 기자
회견을 갖고 망명동기와 경위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소식통은 장대사가 한국시간으로 27일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26일 전했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