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에 대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대응전략이 차별화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대표가 아들의 병역문제로 지지도가 하락한 만큼 "후보교체"
보다는 일단 현 상태의 지지도를 유지토록 해 여권의 후보로 남아 있도록
공세를 조절하고 있는 반면 자민련은 이대표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로 지지율
을 최대로 하락시켜 대선을 다자간 구도로 몰고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당의 이같은 입장차이는 대선구도에 대한 상이한 평가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이대표가 적정지지율을 유지해 여권의 대통령후보로 나올 경우
선거에 임박해 지지율을 하락시킬수 있는 이대표 관련비리를 폭로, 대세를
장악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만일 이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해 이인제 지사 등이 여권의 "대타"로
등장할 경우 오히려 어려운 싸움이 될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민련이 지난 7월말 이대표 아들 병역문제를 공식제기했을 때에도 국민회의
측에서는 "너무 성급한 것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자민련은 이대표의 "낙마"를 현실화시켜 다자간 대결구도로
몰고가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이대표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자민련 정세분석위는 26일 "안양 만안 보궐선거가 여권의 패배로
끝날 경우 이인제 지사의 출마와 여권의 후보교체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당 지도부에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분석위의 한 관계자는 "이대표에 대한 후보교체는 곧 신한국당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이 다자간 구도로 될 경우 후보 단일화에
발목이 묶여있는 자민련의 선택폭이 훨씬 넓어질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김총재가 보수대연합 등 다양한 합종연횡을 구사할수 있는
구도가 되면 지지도도 상승할 것이고 그만큼 파괴력을 가질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당내 기류를 반영하듯, 이대표의 "후보교체설"을 가장 먼저 제기한
자민련 대변인실은 지난 7월말 이대표 아들의 병역문제 제기이후 1일 1건
이상의 이대표 비난 논평을 내놓고 있다.

자민련 대변인실은 이날 이대표의 재산문제를 거론하며 새롭게 쟁점화할
의도를 비췄다.

김창영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대표는 평생 판사 등 공직에 있었으면서,
변호사 시절에도 세금낸 것을 보면 많이 벌지 못했는데 재산은 등록기준으로
만 15억원이나 된다"며 "지금의 재산을 모은 과정을 밝히고 변호사 수입료
등을 공개해 치부에 얽힌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