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세를 보였던 금리가 27일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콜거래 등
금융기관간 자금흐름이 오후 늦게 이뤄지는 등 제때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말및 추석자금 성수기를 앞두고 자금 가수요가 불붙기 시작했는데도
기업 대출창구의 위축 분위기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만 넘기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돼 3개월짜리 CP(기업어음)
보다는 하루에서 일주일짜리의 초단기 여신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면서 당좌대출 소진율이 급증하는 등 자금시장이 초단기화되는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장실세금리인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은 개장
초기에는 전일종가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연12.22%를 형성했으나 시장
관계자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다시 소폭 상승, 연12.23%로 전일보다
0.02%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금융기관간 자금을 중개하는 콜시장에서도 불안심리는 여전했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오른 연13.19%를 기록, 전일과 보합세를 보였으나
은행권이 오후늦게야 돈을 풀어 콜중개가 뒤늦게 성사되는 등 제1, 2금융권간
불신에 따른 불안심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기업어음(CP) 시장에서는 초우량대기업들은 초단기여신으로 추석을 넘기자는
심리가 팽배하고 다른 기업들은 CP할인이 중단돼 2~3개 서울소재 전환종금사
의 경우 이날 신규 CP할인이 아예 없거나 1건에 그칠 정도로 CP거래가 실종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거래가 뜸해지면서 이날 3개월짜리 CP할인율은 전일과 같은
연13.40%를 보였다.

기업들은 당좌대출이나 종금사의 초단기 여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4개 시중은행의 당좌대출 소진율은 7월말 28.3%에서 25일 현재 31.7%로
증가했으며 7대 시중은행의 경우 38%에까지 달했다.

특히 은행신탁과 투신사의 매입CP 만기연장 기피로 종금사 보유어음이
20조7천4백98억원(25일 현재)으로 이달에만 1조2천8백16억원이 늘 정도로
급증, 종금사에 자금압박을 주는 것도 자금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종금사들은 이면으로 지급보증한 CP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어 이들 불법CP가
은행신탁 등으로부터 만기연장 거부를 당할 경우 기업에 결제요구를 하지
못하고 직접 보유해야 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주중 발표할 예정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후속대책에는
기관투자가의 CP매입 독려 등 보다 실효성 있고 가시적인 지원조치가 담겨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