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후보의 경제관]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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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김종필총재는 회견이 시작되자 대뜸 자신의 어린시절과 성장기부터
말문을 열었다.
일제시대 만주사변 한국전쟁 그리고 보릿고개..
그는 잠시 어두웠던 근현대사를 담담하게 회고했다.
김총재는 그러면서 "지난날을 얘기하는 것은 하나의 역사로 알 것은 알아
주고 거기서 취할 것이 있으면 취해 달라는 얘기지 뭘 잘했다 잘못했다는
차원이 아니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너무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총재는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차분하게 국정 전반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피력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실정을 묻는 질문과 자신의 정치적 행적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
[ 대담 = 김형수 < 정치부장 > ]
-기업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의 위기는 정경유착, 관치금융, 무분별한 제2금융권 육성 등 정부정책
의 오류가 함께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원칙을 갖고 적극 개입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추진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아자동차는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기아는 매출액 12조원에 세계 1백40여개국에 수출을 하고 고용유발효과만도
50만명에 이르는 기업입니다.
정부와 국회차원의 지원, 기아의 자구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기아는
살아날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의 중앙은행 제도개편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앙은행 제도개편은 한국은행의 독립성보장과 관치금융의 폐해를 척결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의 중앙은행 개편안은 관계기관이나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기능을 보유해야 하며 한은총재의 임기도 철저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명간 우리 금융산업은 해외자본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1인당 소유지분을 높여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산업자본을 기업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는 보완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의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경제관료들이 시장기능의 정착에 노력하기보다는 청와대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었습니다.
한보에 대한 거액 대출이나 노동법 날치기통과등이 대표적인 사례 아닙니까.
청와대 비서실의 사정기능을 폐지하고 통제 조정기능에서 순수참모기능으로
전환하며 지나치게 높은 직급은 하향조정시켜야 합니다"
-통상기능이 여러부서로 갈라져 있습니다.
외무부를 외교무역부로 재편해 통상관련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데, 정부의 통상기능을 통합할 용의는 없으십니까.
"통상업무의 분리로 고도의 통상정책과 효율적인 협상전략을 세울수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에 상응할수 있도록 통상협상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 재경원을 만든 것은 잘 되었다고 보십니까.
"재경원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고 조직내 융화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재경원을 다시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재경원의 기능을 민간의 역량을 극대화시킬수 있는 서비스 기능으로 전환
하고 관치금융의 폐해를 척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 정부의 대기업정책 전반을 평가하신다면요.
"현 정권의 대기업정책은 그 방향을 알수 없습니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대기업의 확장을 억제한다고 공정거래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재벌에 대한 여신규제완화, 업종전문화정책의 포기등
대기업에 대해 유리한 정책을 채택해 왔어요.
결국 표류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독재가 없었다면 박정희식 경제개발전략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람에 따라 그분에 대한 평가가 다를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1인당 GNP가 80달러밖에 되지 않았던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토대를 마련하신 분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기업의 민영화에 찬성하시는지요.
민영화가 결국 자본력이 우세한 대기업들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익성이 강한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민영화를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시에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은 부작용을 야기할수 있습니다.
또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도 종업원지주제, 국민기업화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평가해 주십시오.
"정부의 규제개혁은 건수위주에다 절차적 규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효과가 미미하다고 봅니다.
규제일몰제 규제총량제등 획기적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또 규제관련법규도 네가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해야 됩니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동안 정부가 약속한 중소기업정책이 그대로만 실행되었다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천국이 되었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정책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불공정한 대금지급방식이나 꺾기
관행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고칠수 있는 정책의지가 필요합니다.
기술담보제 어음담보제등을 실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확실하게 덜어줘야
합니다"
-부도유예협약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차기정부에서도 계속 유지할 생각이십니까.
"부도유예협약은 원칙적으로 시장기능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진로 대농 기아등 3개 기업이 협약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당분간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다만 유망한 중소기업을 협약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할수
있는 정책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부도유예협약이 금융권의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
해야 합니다"
-한국이 대북투자를 당국간 대화등과 연계하는 바람에 일본기업이 한국
기업에 앞서 북한을 선점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북간 교류.협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서는 안됩니다.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에 앞서 경쟁적으로 선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한.일양국은 대북한 관계개선이 한반도 정세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협조해 나가야 합니다"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해야 하는지요.
한다면 언제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파트 가격도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주택보급률이 수도권의 경우 80% 미만인 우리 현실에서 갑작스런
자율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분양가의 규제는 주택의 공급이 시장상황에 따라 자동조절되지 않고
정부의 결정에 의존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신도시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그동안의 신도시와 다른 개발방향을 설정해야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시는지요.
"대도시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의 제공을 위해서는 자족
기능을 갖춘 신도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신도시개발에 따른 제반 문제점들과 역기능이 새로운
도시문제로 야기되지 않도록 충분한 준비를 거친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내각제를 하면 대기업들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정경유착은 정부가 각종 규제와 간섭을 통해 시장과 기업에 간섭해 왔고
대통령제하의 무소불위 절대권력이 정치논리로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결과에
기인합니다.
따라서 내각제를 구현하여 책임정치의 권력분산을 실현한다면 제도적으로나
운영측면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수 있습니다.
여기에 각종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을 철저한 경제원리에 의해 운영되게
한다면 대기업의 영향력이란 문제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부고속철도의 문제점이 사회문제화 됐습니다.
집권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하시겠습니까.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도 하시겠습니까.
"경부고속전철은 전면 재검토돼야 합니다.
해외전문인력을 확보해 안전성이 검증된 가운데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할수
있는 방안으로 건립돼야 합니다.
아울러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오늘날까지 주요정책 결정권자와 실무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하여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김총재에 대해서는 2인자 자리에만 있어 조직의 리더로서 카리스마나
포용력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평가가 있는데요.
"저는 1인자가 되려고 했으면 기회가 몇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제가 미력하지만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을 도와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면 그것도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조역을 끝내고 마무리할 때가 왔기 때문에 주역이 돼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밑에있는 사람을 봐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2인자가 밑에 있는
사람을 봐줄 도리가 있습니까.
1인자는 봐주려면 얼마든지 봐줄수 있지만 2인자는 잘못하면 같이 하는
사람 전부 도태되기 쉬워요"
-김영삼정부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왔는데 현정권의 가장 큰 실책이 무엇
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령 외채만 보더라도 1천50억불에 이릅니다.
그전에는 5백억불만 넘어도 나라가 절단나는줄 알았어요.
대북문제만 하더라도 (김대통령이) 고르바초프를 겨우 3~4분간 문턱에
서서 만나고와서 남북간에 전쟁없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니 남북문제가 될 턱이 있겠어요.
경제도 그렇습니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커가는 건데 거기에 정치논리와 사정논리를 집어넣어
뒤범벅을 만들었어요.
금융실명제는 안할 것 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일본사람들은 못나서 그거 안했나요.
건전하게 경제를 몰고가면서 자연스럽게 실명제로 발전하도록 하는것이
현명하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이 했습니다.
중소기업을 절단내 1년에 1만여개씩 쓰러지게 했으니 될 턱이 있습니까"
-현정부의 실정은 인사문제에 온 측면이 많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사는 더 합니다.
김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가 망사로 만들었습니다.
4년동안에 국무총리를 6명 갈았어요.
그 뿐이 아니에요.
통일부총리 경제부총리도 각각 6번 갈았어요.
제일 우스운 건, 김대통령이 과학기술력을 진흥하기 위해 GNP의 5%를 투자
하겠다고 하면서 해 놓은 일은 과기처장관을 개각이 있을 때마다 갈아치운
것입니다.
장관을 4년동안에 1백20명이나 갈았어요.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 밖에 없었던 겁니다.
전반적으로 국가경영에 위배되는 짓을 4년동안 했으니 이 모양이 된
것이죠"
-그렇다면 집권하실 경우 인사문제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웃으며) 지금 내가 지적한거 안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적어도 2천5~7년까지는 소득을 3만불로 올리는 도약을 한번
더 해야 됩니다.
하고자 하는 국민의욕만 불러 일으킨다면 가능해요.
이것을 이루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풀려 갑니다"
-대통령이 될 경우 그런 분위기를 이끌어낼 구체적인 정책이 있습니까.
"제일 먼저 나는 어제를 모두 용서하자고 할 것입니다.
그런거 할려면 국민들이 먼저 정신적인 면에서 융화가 되야 하기 때문
입니다.
"어제를 잊고 용서하자 그리고 우리 화합해서 새장을 열자"는 국가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경제활동을 아주 극대화하는 사회분위기로 몰고가야
합니다"
(정리=김태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
말문을 열었다.
일제시대 만주사변 한국전쟁 그리고 보릿고개..
그는 잠시 어두웠던 근현대사를 담담하게 회고했다.
김총재는 그러면서 "지난날을 얘기하는 것은 하나의 역사로 알 것은 알아
주고 거기서 취할 것이 있으면 취해 달라는 얘기지 뭘 잘했다 잘못했다는
차원이 아니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너무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총재는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차분하게 국정 전반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피력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실정을 묻는 질문과 자신의 정치적 행적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
[ 대담 = 김형수 < 정치부장 > ]
-기업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의 위기는 정경유착, 관치금융, 무분별한 제2금융권 육성 등 정부정책
의 오류가 함께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원칙을 갖고 적극 개입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추진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아자동차는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기아는 매출액 12조원에 세계 1백40여개국에 수출을 하고 고용유발효과만도
50만명에 이르는 기업입니다.
정부와 국회차원의 지원, 기아의 자구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기아는
살아날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의 중앙은행 제도개편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앙은행 제도개편은 한국은행의 독립성보장과 관치금융의 폐해를 척결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의 중앙은행 개편안은 관계기관이나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기능을 보유해야 하며 한은총재의 임기도 철저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명간 우리 금융산업은 해외자본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1인당 소유지분을 높여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산업자본을 기업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는 보완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의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경제관료들이 시장기능의 정착에 노력하기보다는 청와대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었습니다.
한보에 대한 거액 대출이나 노동법 날치기통과등이 대표적인 사례 아닙니까.
청와대 비서실의 사정기능을 폐지하고 통제 조정기능에서 순수참모기능으로
전환하며 지나치게 높은 직급은 하향조정시켜야 합니다"
-통상기능이 여러부서로 갈라져 있습니다.
외무부를 외교무역부로 재편해 통상관련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데, 정부의 통상기능을 통합할 용의는 없으십니까.
"통상업무의 분리로 고도의 통상정책과 효율적인 협상전략을 세울수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에 상응할수 있도록 통상협상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 재경원을 만든 것은 잘 되었다고 보십니까.
"재경원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고 조직내 융화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재경원을 다시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재경원의 기능을 민간의 역량을 극대화시킬수 있는 서비스 기능으로 전환
하고 관치금융의 폐해를 척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 정부의 대기업정책 전반을 평가하신다면요.
"현 정권의 대기업정책은 그 방향을 알수 없습니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대기업의 확장을 억제한다고 공정거래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재벌에 대한 여신규제완화, 업종전문화정책의 포기등
대기업에 대해 유리한 정책을 채택해 왔어요.
결국 표류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독재가 없었다면 박정희식 경제개발전략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람에 따라 그분에 대한 평가가 다를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1인당 GNP가 80달러밖에 되지 않았던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토대를 마련하신 분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기업의 민영화에 찬성하시는지요.
민영화가 결국 자본력이 우세한 대기업들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익성이 강한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민영화를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시에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은 부작용을 야기할수 있습니다.
또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도 종업원지주제, 국민기업화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평가해 주십시오.
"정부의 규제개혁은 건수위주에다 절차적 규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효과가 미미하다고 봅니다.
규제일몰제 규제총량제등 획기적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또 규제관련법규도 네가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해야 됩니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동안 정부가 약속한 중소기업정책이 그대로만 실행되었다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천국이 되었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정책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불공정한 대금지급방식이나 꺾기
관행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고칠수 있는 정책의지가 필요합니다.
기술담보제 어음담보제등을 실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확실하게 덜어줘야
합니다"
-부도유예협약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차기정부에서도 계속 유지할 생각이십니까.
"부도유예협약은 원칙적으로 시장기능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진로 대농 기아등 3개 기업이 협약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당분간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다만 유망한 중소기업을 협약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할수
있는 정책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부도유예협약이 금융권의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
해야 합니다"
-한국이 대북투자를 당국간 대화등과 연계하는 바람에 일본기업이 한국
기업에 앞서 북한을 선점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북간 교류.협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서는 안됩니다.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에 앞서 경쟁적으로 선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한.일양국은 대북한 관계개선이 한반도 정세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협조해 나가야 합니다"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해야 하는지요.
한다면 언제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파트 가격도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주택보급률이 수도권의 경우 80% 미만인 우리 현실에서 갑작스런
자율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분양가의 규제는 주택의 공급이 시장상황에 따라 자동조절되지 않고
정부의 결정에 의존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신도시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그동안의 신도시와 다른 개발방향을 설정해야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시는지요.
"대도시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의 제공을 위해서는 자족
기능을 갖춘 신도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신도시개발에 따른 제반 문제점들과 역기능이 새로운
도시문제로 야기되지 않도록 충분한 준비를 거친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내각제를 하면 대기업들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정경유착은 정부가 각종 규제와 간섭을 통해 시장과 기업에 간섭해 왔고
대통령제하의 무소불위 절대권력이 정치논리로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결과에
기인합니다.
따라서 내각제를 구현하여 책임정치의 권력분산을 실현한다면 제도적으로나
운영측면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수 있습니다.
여기에 각종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을 철저한 경제원리에 의해 운영되게
한다면 대기업의 영향력이란 문제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부고속철도의 문제점이 사회문제화 됐습니다.
집권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하시겠습니까.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도 하시겠습니까.
"경부고속전철은 전면 재검토돼야 합니다.
해외전문인력을 확보해 안전성이 검증된 가운데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할수
있는 방안으로 건립돼야 합니다.
아울러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오늘날까지 주요정책 결정권자와 실무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하여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김총재에 대해서는 2인자 자리에만 있어 조직의 리더로서 카리스마나
포용력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평가가 있는데요.
"저는 1인자가 되려고 했으면 기회가 몇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제가 미력하지만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을 도와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면 그것도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조역을 끝내고 마무리할 때가 왔기 때문에 주역이 돼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밑에있는 사람을 봐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2인자가 밑에 있는
사람을 봐줄 도리가 있습니까.
1인자는 봐주려면 얼마든지 봐줄수 있지만 2인자는 잘못하면 같이 하는
사람 전부 도태되기 쉬워요"
-김영삼정부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왔는데 현정권의 가장 큰 실책이 무엇
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령 외채만 보더라도 1천50억불에 이릅니다.
그전에는 5백억불만 넘어도 나라가 절단나는줄 알았어요.
대북문제만 하더라도 (김대통령이) 고르바초프를 겨우 3~4분간 문턱에
서서 만나고와서 남북간에 전쟁없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니 남북문제가 될 턱이 있겠어요.
경제도 그렇습니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커가는 건데 거기에 정치논리와 사정논리를 집어넣어
뒤범벅을 만들었어요.
금융실명제는 안할 것 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일본사람들은 못나서 그거 안했나요.
건전하게 경제를 몰고가면서 자연스럽게 실명제로 발전하도록 하는것이
현명하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이 했습니다.
중소기업을 절단내 1년에 1만여개씩 쓰러지게 했으니 될 턱이 있습니까"
-현정부의 실정은 인사문제에 온 측면이 많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사는 더 합니다.
김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가 망사로 만들었습니다.
4년동안에 국무총리를 6명 갈았어요.
그 뿐이 아니에요.
통일부총리 경제부총리도 각각 6번 갈았어요.
제일 우스운 건, 김대통령이 과학기술력을 진흥하기 위해 GNP의 5%를 투자
하겠다고 하면서 해 놓은 일은 과기처장관을 개각이 있을 때마다 갈아치운
것입니다.
장관을 4년동안에 1백20명이나 갈았어요.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 밖에 없었던 겁니다.
전반적으로 국가경영에 위배되는 짓을 4년동안 했으니 이 모양이 된
것이죠"
-그렇다면 집권하실 경우 인사문제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웃으며) 지금 내가 지적한거 안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적어도 2천5~7년까지는 소득을 3만불로 올리는 도약을 한번
더 해야 됩니다.
하고자 하는 국민의욕만 불러 일으킨다면 가능해요.
이것을 이루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풀려 갑니다"
-대통령이 될 경우 그런 분위기를 이끌어낼 구체적인 정책이 있습니까.
"제일 먼저 나는 어제를 모두 용서하자고 할 것입니다.
그런거 할려면 국민들이 먼저 정신적인 면에서 융화가 되야 하기 때문
입니다.
"어제를 잊고 용서하자 그리고 우리 화합해서 새장을 열자"는 국가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경제활동을 아주 극대화하는 사회분위기로 몰고가야
합니다"
(정리=김태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