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필수요소인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최근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것도 우리나라의
절박한 교통상황 때문이다.

자동차 1천만대돌파, 대한항공기 추락사건 등을 계기로 교통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그러나 국민대다수는 정부의 교통정책이 "수요억제책" 이외에는 특별한게
없다고 불만이다.

국내 최대 교통종합전문기관으로 이달 25일 개원 10주년을 맞은 교통개발
연구원의 이건영 원장을 만나 교통문제 해법을 들어봤다.

이달말 예정된 경부고속철도 수정계획 준비작업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이원장은 "인프라 구축없이 경제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담 = 김형철 사회1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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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개원 10주년을 축하 드립니다.

이원장께서는 국토개발연구원장으로 일하다 지난 3월 교통개발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이후 역점을 두어 추진하신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올해 연구원의 정책과제로 3개를 선정해 작업중입니다.

첫째는 대도시 교통문제현황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또 물류체계 효율화 방안 시행 3년째를 맞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민자유치제도의 개선안도 연구중입니다"

-민간기업들이 사회간접자본 건설에서 민자유치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나 제도에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 현행 민자유치제도는 문제가 있어요.

정부가 재원은 없지만 사업을 해야할 경우 만병통치약처럼 민자유치
사업에 나서고 있어요.

그러나 민자유치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사업대상을 잘 선정하는게
중요합니다.

민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나 자금규모가 작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우선적으로 시작해야 해요.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들이 민간기업과 제휴해 일정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제3섹터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19일 영종도 신공항에서 서울을 잇는 인천공항철도의 민자유치
사업설명회가 열려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민자유치로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성공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솔직히 말해 사업성이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정부의 지원없이 대기업이 단독 컨소시엄으로 사업권을 따낼 경우 사용
기간이나 요금선정 등에 지나친 권리를 갖게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독 컨소시엄보다는 경쟁이 가능하도록 사업권 선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는 세수의 부족으로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긴축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줄인다면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지난 80년대 후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저조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문제가 일어난 것입니다.

SOC야말로 장기적인 각오로 투자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수백년은 뒤떨어져있어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도 공항 항만 철도 등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SOC와 관련해 기업이나 정부에서 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연구원에서는 어떤 정책을 갖고 있습니까.

"연구원의 조사결과 물류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16.4%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는 미국의 10.5%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경부고속도로 하나만 봐도 지난 5년 사이에 평균 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연구원에서는 물류비 절감을 위해 종합 물류정보망 구축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2000년초 물류정보망 구축이 마무리되면 연간 5조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됩니다.

또 전국 5대 권역에 유통단지를 건설키로 확정하고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작업중입니다"

-최근 KAL기 추락사고 이후 국민들의 항공안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사태해결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나라의 항공정책이나 항공기술과
안전체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항공시장 구조를 어떻게 평가 하는지요.

"항공시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독과점되고 있는데 대해
여러가지 얘기가 있어요.

화물전용 제3민항을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항공사가 아직 제대로 뿌리를 못내리고 있어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항공업계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신규 항공노선 개설이나 노선증편문제도 어차피 해당 국가간에 협정을
맺어야 하는 만큼 현재의 체제에서는 어느정도 국적사를 지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안전체계나 관련 기술은 크게 낙후됐다고 보여집니다.

이번 KAL참사 사고조사를 보면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같은
조사전문 기관이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잇따른 부실시공 파문으로 경부고속철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것 같습니다만.

"경부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 먼저 제기되는 것이 경제성 문제라고 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경부고속철도의 경제성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해요.

경제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시간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에 경부고속철도의
경제적 효율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봐야죠.

경부고속철도가 오늘날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것은 경제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업추진체계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업추진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설계미비, 부실시공, 민원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국내외 정세를 감안할 때 남북통일이 의외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연구원에서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교통정책도 개발해야할 텐데요.

"통일시대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교통정책을 준비중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통일문제가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곤란하군요.

경부고속철도만 해도 통일이 되면 자연히 북한쪽으로 연결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을 경유해 중국을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되면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동북아의 물류중심국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북한의 현재 경제사정을 볼 때는 특히 도로망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따라서 통일후 원자재나 식량 등 물자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도로망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며 이 부문은 역시 민간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끝으로 교통개발연구원의 장기비전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소개해주십시요.

"교통개발연구원은 지난 10년동안 정책연구 2백30건, 수탁과제 72건 등
상당한 연구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정책연구 기관으로의 틀은 잡혔다고 봐요.

개원10년을 계기로 앞으로는 정책개발 외에 조금 욕심을 내서 교통관련
기술의 R&D(연구개발) 기관으로 자리잡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 정리=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