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조순총재체제로 대선정국을 맞게 됐다.

이기택 전총재의 포항북 보궐선거 패배로 침체일로를 걷던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에 이르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조총재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함으로써 대선정국 주요변수의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

그러나 조총재가 당총재로서 그리고 유력한 대선후보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조총재는 민주당 총재로서 당 분위기를 일신하고 강력한 지도체제를
확립, 당의 단합을 이룰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당은 현재 이기택 전 총재계와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측 인사들로
양분돼 있으며 이들의 통합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의 화합과 당세 확장을 위해서도 이들의 화학적 융합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미 통추즉인사들은 "당분간" 민주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 전총재측은 "통추인사들의 대거 영입은 당의 분란을
재연시킬 소지가 있다"며 선별적인 영입 방안을 제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조총재가 데리고 들어올 참모그룹과 민주당내 기존 당료파와의
인화단결도 수월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전당대회 이후 단행될 당무위원과 당직자 안배문제를 비롯한 향후
당 운영방향을 놓고 기존의 당료들과 영입파간에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양측은 당명 변경을 둘러싸고 한차례 갈등을 겪었다.

또 조총재측이 이 전총재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단일지도체제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 전총재측은 이를 탐탁치 않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총재가 당 추스리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고해도 조직과 자금의 절대적
열세에 있는 민주당의 당세로 대선정국을 주도해나갈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조총재가 이날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정치이념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지난날의 야건, 여건, 중립이건, 모두를 동참시키는, 국민 전체를 포용하는
큰 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외부인사 영입에 나설 뜻을 비친
것도 당세 확장의 절박감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재로선 외부인사에 대한 활발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조총재가 서울시장에서 물러나 민주당 대통령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지지율의 상승과 함께 당세 확장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통추측 인사들도 민주당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보다는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조총재가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면 당연히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이인제 지사 등이
출마해 다자간 구도가 될 경우, 타후보와의 연대를 통한 정권창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특히 조총재가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총재를 역임한 경륜으로
현 경제난을 풀어갈수 있는 유일한 "경제대통령"이라는 점과 민주당의 깨끗한
이미지를 연결시킨다면 폭발적인 득표력을 가질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총재가 "당내 분란"을 잠재우고 대선가도에서 순탄한 길을 걸을수 있을지,
"거품인기"로 끝날지는 이제 조총재 본인의 정치력에 달려있는 셈이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