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권에선 부도유예협약 전면 재검토방침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협약이 그동안 어음에 대한 지급결제의무까지 일시 중단
시키는 등 폐해가 나타났으므로 신용질서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협약으로 인해 종금사들의 기업대출 회수가 강화돼 기업부도가 오히려
촉진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았기 때문에 조기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로 대농 기아에서 보듯 어쨌든 협약이 기업의 부도를 막고,
결과적으론 경제에 주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순기능을 했으므로 당분간
존속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에도 자금난을 겪으면서 부도유예 대상이 돼야할 대기업들이
적지 않은데 아무런 대책없이 보호막을 걷어버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
했다.

한편 일부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부도유예협약 폐지검토방침이 9월말로
부도유예가 끝나는 기아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겠느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재정경제원의 부도유예협약 전면 재검토방침에 대해 은행들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표정.

논의배경 자체가 궁금하다는 분위기다.

나아가 재경원이 과연 부도유예협약을 없앨 권한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또 협약의 주체인 은행및 종금사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중요한 사안을
주무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개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그동안 협약과 관련해 아무런 얘기도 듣지못했다.

재경원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촌평.

<>.은행관계자들은 대체로 협약을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

아직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고 기업들의 부도공포도 여전한
만큼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중론이다.

기업간 형평성문제도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종금사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자금시장을 불안케 만든 장본인인 악법은 폐지해야
한다"는 반응과 "폐지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기아사태를 정상화하기까지
는 유지시켜야 한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협약자체보단 주거래
은행이 협약대상을 임의선정하는 등 운영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만큼 보완
하는게 낫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존종금사 등 상대적으로 부도유예협약으로 입은 피해가 적은 곳일수록
즉각 폐지에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기존 종금사 관계자는 "진로와 대농의 사례를 비추어 볼때 시간차만 있을뿐
부도유예협약이나 법정관리나 별반 다를게 없다"며 "지금이라도 협약을
폐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도유예협약으로 대거 부실여신이 생겨 자금회전에 애로를 겪는
전환종금사들은 "일정시간후에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 강하다.

"기아사태가 정상화되지 않은 불안한 상황에서 협약이 폐지될 경우 자금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될수 있다"는 것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