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초 대원화성은 태평양생명의 영업부장이 20억원의 돈을 대출해
주겠다는데도 완곡하게 거절했다.

요즘처럼 모두가 자금난에 허덕이는판에 거금을 무담보 우대금리로
빌려주겠다는데도 사양했다니 참 놀랄만한 일이다.

대원화성에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곳은 태평양생명뿐만이 아니다.

2개 시중은행도 비슷한 제의를 해왔다.

도대체 대원화성이 어떤 기업이길래 금융기관에서 먼저 대출을
해주겠다고 나설까.

무엇보다 이 회사는 금융기관들이 가장 꺼리는 이른바 "사양업종"을
영위한다.

이 회사의 주업종은 피혁.피혁업종이라면 최근들어 수많은 업체들이
부도를 내거나 도산했다.

상장업체들까지 쓰러졌다.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피혁업체라면 빌려준 돈조차 갚으라한다.

그런데도 이 회사에겐 거꾸로 돈을 빌려가라고 요청한다.

물론 그 이유는 이 회사가 계속흑자를 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94년 이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0억원.

95년엔 27억원이었다.

이어 지난해엔 5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익이 자꾸만 올라간다.

사양산업인데도 어떻게 계속 흑자를 낼수 있을까.

이의 비밀은 천연피혁과 인공피혁의 가치를 제대로 구분한 덕분.

그동안 국내 피혁업체들은 너무나 천연피혁에만 매달린데 비해 이회사는
인공피혁의 가치를 인정했다.

현재 일본의 경우 고급인공피혁이 천연피혁보다 더 비싸게 팔린다.

특히 전세계에서 경기용으로 사용되는 축구공은 모두 인공피혁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추세만 보더라도 앞으로 인공피혁이 천연피혁을 능가할 수 있다고
대원측은 일찍부터 판단을 내렸던 것.

이 회사의 강수창(55)사장은 지난 24년간 오직 피혁과 벽지만 만들어온
기업인이다.

피혁 때문에 가시밭길을 걷기도 했고 피혁 때문에 영광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가 피혁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 73년초.

서울 성수동에 조그만 공장으로 시작했다.

창업 3년만에 연간 1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한 그는 77년부터 조금 욕심을
냈다.

전대차관으로 오산에 3만평의 부지를 확보,인공피혁생산설비인 대규모
습식라인을 독일에서 도입했다.

그러나 부직포레진등 기초소재부족에다 자금난이 겹쳐 78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당시 강사장은 이 회사를 청산하면 편히 살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강사장은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다시 피혁으로 일어서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는 피혁을 포기하라는 권고를 수없이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옆에 하숙방을 하나 얻어 기거하면서 인공피혁
기술개발에 온힘을 쏟았다.

그는 "투습방수원단"이란 피부감촉기능을 가진 인공피혁을 개발해내면서
11년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현재 이 회사의 인공가죽은 나이키 아디다스등 전세계 유명브랜드업체엔
대부분 공급된다.

덕택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나은 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오는 10월엔 상장도 한다.

과연 피혁이 사양산업인가.

사양산업이란 용어를 무색케 하는 이런 기업도 있지 않은가.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