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 아시아 계절풍 지역에 한발을
가져와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27일
기상 학자들이 경고했다.

엘니뇨로 불리는 해수면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지난달 인도의 강우량은
예년보다 10~12%가 적었고 인도네시아는 건조한 날씨로 코코넛 생산이
감소했으며 호주는 매우 더운 가을을 보냈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지구환경
및 사회연구소"의 자가디시슈클라 회장이 밝혔다.

슈클라 회장은 "세계기상연구프로그램" 회의가 열리고 있는 제네바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엘니뇨는 현재로서는 세기적 기상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아시아 계절풍 지역 전체가 영향을 받아 한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탄절 전후에 발생해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란 뜻인 "엘니뇨"라 불리는
이 기상 현상은 편서풍인 무역풍이 약화돼 방향을 바꿀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호주와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많은 양의 따뜻한 해수가 남미를
향해 동쪽으로 이동, 한발, 홍수, 허리케인, 화재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은 지난 90년에서 95년 사이에 세차례 일어났으며 기상학자들은
지난 1월 새로운 엘니뇨 현상이 시작됐음을 발견했다.

지난달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정상보다 4~5도가 올라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는데 이같은 고온 현상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엘니뇨 현상이 수천명의 사망자와 1백3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낸 82~83년의 엘니뇨 현상보다 강력할지는 아직 알 수없다고 미
전국기상예보센터의 앤츠 리트머 소장이 말했다.

이번 엘니뇨 현상으로 북미와 유럽도 영향을 받게되나 아시아와 남미가
가장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특히 아시아 지역 식량 생산이
심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해와 내년 호주 농산물 수출은 한발에 의한 밀 생산 감소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인도의 경우도 "강우량이 떨어져 곡물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슈클라 회장이 내다봤다.

그는 인도와 강우 형태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방글라데시의 경우는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엘니뇨 현상은 태국과 필리핀에도 발생, 한발에 따른 식품 가격 인상으로
내년에는 인플레 증가가 전망되는 가운데 필리핀 정부는 이미 쌀과 옥수수의
특별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가뭄은 이번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기전 시작됐으나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리트머 소장이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