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다보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기 위해 보증을 서거나 세우게
된다.

그러다가 기업이 부도나면 금융기관과 보증서준 사람간에 책임범위를 놓고
분쟁이 발생할수 있다.

그렇다면 은행이 기업의 신용및 재무상태가 좋지않은 것을 알면서도 대출을
해준 경우 보증선 사람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 사례 =A산업(철제가구 제조업체) 대표인 정진완(38.가명)씨는 93년 8월
B정밀이 C은행과 할인어음거래(약정한도 2억원)를 약정할때 보증한도
2억6천만원의 연대보증(포괄근보증)을 섰으며 1년후 거래를 연장할 때에도
추가약정서에 자서날인했다.

C은행은 94년 8월말 B정밀이 부도나자 적색거래처로 등록하면서도 규제
조치는 유예했으며 당좌계정을 강제 해지했다.

이후 B정밀이 부도처리된 어음및 수표를 전부 회수하자 적색거래처 등록을
해제했다.

C은행은 94년 11월말 연대보증인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채 B정밀에게
6천3백만원어치의 어음을 할인해 주었으며 12월말엔 3천5백만원을 추가로
취급했다.

그후 C은행은 B정밀의 대출금이 계속 연체되자 95년5월 정씨에게 B정밀의
할인어음채무(9천8백만원)를 변제할 것을 요구하며 부동산을 가압류하는
한편 9월께 당좌예금을 가압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C은행에 보증채무(9천8백만원) 이행각서및 약속어음(2장)
을 제출하고 10월께 소유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는 대신 포괄근저당권
(채권최고액 1억원)을 설정해줬다.

또 96년 6월까지 4회에 걸쳐 B정밀의 할인어음채무 2천8백만원을 대위변제
했으나 C은행은 나머지 할인어음채무까지 변제할 것을 요구했다.

<> 조정결과 =이번 분쟁의 쟁점은 <>과연 정씨가 부도 발생후 동의없이
취급된 B정밀의 할인어음채무에 대해 보증책임을 져야 하는가 <>보증책임이
없다면 담보책임은 있는가 <>보증책임이 없는 경우 은행에 대위변제한 금액의
반환을 청구할수 있는가 등으로 나눠 볼수 있다.

우선 금융기관은 대출기업이 부도발생하면 추가여신을 중단하고 채권회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며 부도업체에 대한 적색규제 유예조치도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므로 B정밀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정씨가 부도
발생후의 여신에 대해서도 보증할 의사가 있다고 볼수 없다.

이처럼 보증인의 사전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은행이 신용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회사에 추가 여신을 취급한후 이에 대한 보증책임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 정씨의 보증책임이 없는만큼 보증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된
근저당권은 원인되는 채권이 존재하지 않아 무효이며 따라서 담보책임도
없다.

한편 일반적으로 변제자가 채무없음을 알고 변제한 때에는 반환청구를
못하지만 채무없음을 알고있더라도 그 변제가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있을땐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수 있다.

그러나 <>C은행이 채무를 변제받기 위해 가압류를 통보할때 강압적이지
않았고 <>정씨가 B정밀의 할인어음채무를 4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분할,
상환했으며 <>정씨가 C은행과 빈번한 거래가 있는데다 친구를 위해
연대보증한 점 등을 미뤄볼때 도의적 관념에 적합한 변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씨는 C은행에 변제대금의 반환을 청구할수 없다고 봐야 한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