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TV와 PC의 전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PC가 TV수신기능과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롬 드라이브등 다양한 오락기능
을 갖추면서 그동안 거실을 차지해온 TV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TV는 이에 맞서 인터넷 정보검색기능과 PC통신기능을 추가, PC의 영역을
넘보며 안방 고수작전에 들어갔다.

이같은 경쟁양상은 PC의 멀티미디어화가 가속되고 TV방송의 디지털화가
추진됨에 따라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영역을 허무는 작업에 선제공격을 벌인 측은 PC.

국내 PC메이커들은 이미 대부분이 PC에 TV수신카드를 내장, PC로 TV를 볼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TV수신카드를 내장한 PC는 지상파TV방송은 물론 케이블TV 수신기와 연결할
경우 케이블TV도 수신할수 있다.

최근에는 교육방송이 디지털위성방송으로 과외방송을 시작하자 위성방송
수신카드를 내장한 PC가 등장, TV의 영역 깊숙이 침범하기 시작했다.

PC에 위성방송안테나까지 설치하고 보니 영락없는 TV가 돼버렸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경우 24인치 와이드모니터를 채용한 "텔레PC"를 개발,
TV기능을 완벽하게 대체할수 있는 PC를 탄생시켰다.

이 제품은 기존 4대 3 비율의 화면은 물론 16대 9 비율의 와이드TV화면까지
보여준다.

특히 DVD롬 드라이브를 기본으로 장착, 안방에서 3차원 입체음향과 고해상도
의 영상으로 극장과 같은 감동을 느낄수 있어 안방극장시대의 도래를 예고
했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인터넷과 방송을 결합한 인터캐스터기능을 갖춘 PC를
내놓아 PC를 통해 TV의 쌍방향서비스를 먼저 실현시켰다.

인터캐스터PC는 PC로 TV를 시청하면서 관련프로그램에 관한 데이터를
공중파로 전송받아 볼수있는 기능을 갖췄다.

스포츠중계를 보다 특정선수에 관한 기록을 PC모니터로 즉시 불러볼수 있는
지능형TV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관련인터넷 사이트를
한번 클릭으로 접속할수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과 인터넷의 절묘한 결합으로 이뤄진 인터캐스터PC는 쌍방향
디지털위성TV방송이 실현되는 시대에 등장할 PC의 과도기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PC가 TV의 영역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TV의 반격도 만만찮다.

가전3사 모두 TV로 인터넷을 검색할수 있는 인터넷TV를 개발, PC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인터넷TV는 PC가 없어도 PC보다 쉽게 인터넷 검색과 PC통신을 할수 있고
전자우편까지 가능해 PC의 통신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단점이 있다면 TV모니터의 해상도가 PC만 못해 문자정보를 장시간 볼때
눈의 피로도가 높아질수 있는 것 뿐이다.

TV와 PC간의 전쟁은 이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PC-TV 또는 TV-PC 개발 붐으로
발전하고 있다.

향후 거실을 차지할 매체가 PC에 TV기능을 넣은 "PC-TV"냐, TV에 PC기능을
강화한 "TV-PC"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TV산업이 기반을 잃어 PC-TV에 초점을 맞추고 가전산업이
발전한 한국 일본 등의 경우 TV-PC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국내업체의 경우 삼성 LG 대우 등 가전에 강한 업체는 TV-PC, 삼보컴퓨터와
같은 컴퓨터전문업체는 PC-TV를 각각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지난해 가을 컴덱스에서 "앞으로 TV와 PC가
거실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