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29일 한국은행이 금융권에 제공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입찰금리가
치솟았다.

또 일부 시중은행은 자체 자금조달이 불가능, 신용등급이 높은 국책은행의
현지법인을 이용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이날 실시된 외평기금 콜 입찰에서 최저금리는 연 7.5625%(리보+2%포인트)를
기록, 지난주 최고금리(연 7.156%)보다 0.4%포인트나 올랐다.

이날 외평기금 최고 입찰금리는 7.625%였다.

외평기금 입찰금리가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8일에는 상환일이 돌아온 차입자금 결제용 외화를 확보하지 못한
상당수의 시중은행들이 뉴욕금융시장에서 "오버 나이트(하루짜리 자금차입)"
로 조달함으로써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실여신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한 시중은행은 이날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섰으나 실패, 결국 국책은행의 해외 현지법인이 조달한 자금을
긴급 수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마저도 차입하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평균 1억5천만달러 가량 외화자금이 부족한 상태이고
종금사들도 적게는 1천만달러에서 많게는 7천만달러 정도 자금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며칠사이 부쩍 외화자금 사정이 악화된 데는 지난 26일 BBL
(뱅크 브뤼셀 램버트)의 크레딧 라인 폐쇄에서 볼수 있듯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책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들의 실망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해외차입이 점점 어려워 지는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일
은 자꾸 도래, 부족자금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며 "외환당국의 지원에
목매는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기호.오광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