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점포 통폐합및 인력 감축 등 감량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명예퇴직 등 통상적인 조직슬림화와는 다르다.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합병 등 금융계의 구조조정에 대비
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1천4천억원이상의 흑자를 올렸고 올해도 1천억원안팎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행은 1급 간부들의 본봉 30% 감축과 예산 절감
등을 내세우며 이미 감량 경영에 돌입했다.

대대적인 자구계획을 마련중인 제일은행은 올해중 현물출자를 통해 정부의
직.간접적인 통제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금융계는 이들 두 은행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재경원과의 교감속에 경영쇄신을 서두르고 있고 제일은행도
인력및 점포 감축의 수준을 놓고 정부측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중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은행은 외환은행이다.

지난 7월25일 취임한 홍세표 행장의 지시로 경영쇄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다음달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현재 8천3백여명의 총인원을 99년말까지 7천5백여명으로 줄이는
대신 가급적 신규채용을 억제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올해중 적자점포 7개를 통폐합하는 한편 인력을 매년 6백명씩
감축, 현재 1만3천6백명의 총인원을 오는 2000년까지 1만1천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인천구시가지 점포와 땅값이 비싼 중심가의 일부점포는 임대로 전환하고
기존 점포중 여유면적이 있는 점포들도 분할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다음달중 최종 구조조정계획을 마련,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상업은행도 최근 정지태 행장의 지시로 기존 영업전략을 과감히 전환하기
시작했다.

기존 점포확장전략에서 탈피,무수익점포나 적자점포를 정리하고 근거리에
위치한 시내중심가 점포는 통페합할 계획이다.

또 오는 2000년까지 본부인력을 15% 감축, 총인원을 96년말의 8천2백명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다.

조흥은행역시 금융본부와 국제본부, 사무정보본부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조직을 없애고 4~5개 본부팀을 해체해 여유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했으며
수익률이 낮은 보유자산을 과감히 처분키로 했다.

한미은행은 9월부터 허브&스포크(지역모점제)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5~6개 점포를 하나의 영업단위로 묶어 고객관리및 영업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하되 후선지원업무는 모점으로 통폐합해 인력및 사무비용을 절감하자는
목적을 띠고 있다.

한미측은 분당 대구 부산 대전 등 4개 지역을 중심으로 시행한뒤 단계적으로
전국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인력및 점포을 정리했던 제일 서울은행 등도 올 하반기
중 추가감축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방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지방공략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대구 부산 경기은행 등은 연말까지 새로운 경영쇄신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보람 하나 등 후발은행들은 당분간 인력및 점포 감축을 시도하지는 않되
기존 확장전략을 수정, 종금사나 지방은행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