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의 그윽한 기쁨, 누가 너를 몰라본 사람이 있을까.

뉘우침을 가라앉히고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괴로움을 잠재우고 공중누각을
세우고 싶었던 사람 모두가 그대에게 축원을 드려왔다.

포도의 섬유속에 숨어 있는 신비로운 신이여"

프랑스 시인 샤를르 보들레르가 "인공의 천국"이라는 시에서 찬상했듯이
포도주는 어느 술보다도 부드럽고 감칠맛나는 미주다.

포도주는 인간이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때부터 제조되어 애호되던
술이다.

기원전 4000~3000년 무렵의 유적에서 그 흔적이 찾아지는가 하면
"구약성서" 창세기의 노아나 기원전 1700년께 편찬된 고대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의 기록에서도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그뒤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은 고대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각처로
전파되었다.

그 결과 포도주는 이제 세계인의 애호주가 되었다.

세계 인구의 1% 가량이 포도를 재배하여 술을 만들거나 팔면서 살아갈
정도의 업종이 된 것이다.

오늘날 프랑스 독일 미국 호주 칠레 남아프리카 등이 포도주의 주산지가
되어 있으나 명주의 산지로는 프랑스가 으뜸이다.

그 가운데서도 보르도와 부르고뉴지역의 포도주가 유명하다.

그 지역들은 고대로마의 식민지였던 1~2세기무렵 포도재배가 시작되어
포도주가 생산된 오랜 전통을 지닌 곳이다.

포도주의 품질은 양조기술이나 저장방법에도 달렸지만 포도 수확연도의
기상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건조한 봄과 습한 초여름, 수확을 앞둔 몇주의 온화한 바람과 강렬한
햇볕에서 자라 빠른 시기에 수확한 포도가 최상품이다.

올해 보르도지방의 포도가 최상의 기상조건에서 자라 예년보다 5주정도
빠른 지난주부터 수확되기 시작함으로써 20세기 최상의 포도주가 생산될
전망이라고 한다.

보르도의 가장 빠른 포도 수확일인 1893년 8월15일보다 며칠 뒤지지만
역대 최상 명주로 꼽히는 1811년산이 만들어진 해에 혜성이 출현했던
것처럼 올해도 혜성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더욱 고무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들레르의 시정을 재음미할 명주가 나올지 애호가들의 기대가 클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