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이사장 >

마쓰시타는 그의 나이 20대 초반에 전등의 쌍소켓을 만들어내 창업의
첫발을 내디뎠고 그후 세계최대의 가전제품회사로 성장시켰다.

이는 소년 마쓰시타의 소질과 능력을 살린 장인정신의 결과로서 일본경제에
커다란 힘이 되었다.

우리 청소년들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기능인들과 기량을 겨루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1번의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그들의 노력은 우리나라 경제도약에 커다란 활력소가 되었고, 지금의
우리 경제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기능올림픽대회도 산업변화 추세에 맞게 컴퓨터를 활용한 두뇌기술을
요하는 기술대회로 변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청소년들은 우승을 놓치지
않았기에 더욱 값지다.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기능올림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장려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술.기능수준이 그 나라 경제성장의 기본축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기능올림픽대회가 열렸던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5천달러인 경제부국이다.

스위스는 전 국토의 3분의 2가 산과 호수로 되어 있어 지리적 여건이
우리와 비슷하다.

이 나라가 특별한 부존자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기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또 각자 타고난 재능을 살려주는 전문가 육성정책과 기술.기능을 중시하는
국민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할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학을 나와야만 출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기능올림픽 뿐만아니라 세계수학경진대회 등 재능과
능력을 평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항상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재능이 퇴색하고 꽃을
피우지 못한다.

이같은 학력중시의 사회통념을 치유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요즘들어 대졸취업이 더욱 어려워져 "취업전쟁"이라고 까지 한다.

국내 대기업그룹 대부분이 올 하반기 대졸인력채용규모를 대폭 축소할
예정이어서 사상 최악의 취업전쟁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경제불황에 원인도 있지만 대학에 가지 못하면 인생이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대학병"으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대학진학은 얼마나 어려우며, 대학에 가기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가.

그러고서도 또한번 취업전쟁을 치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 학벌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영화 ET와 쥬라기공원을 만들어 거부가 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또한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며 선동열 박찬호 선수도 결국은 야구의 전문가였기에
성공할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전문가가 되어 성공한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이제는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는 결코 이길수 없다는 논리
이다.

학문을 연구할 사람은 대학에 가서 공부에 더욱 열중하고, 취업이 목적
이라면 아예 전문기술을 배울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보다 우선 국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누가 많이 배웠고 좋은 대학을 나왔느냐 보다 그 분야에 얼마나 완벽한
전문성을 가졌느냐 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인생이 끝난 것처럼 대학에 목을 메는 풍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학력보다는 개인의 재능을 우선하여 어느 분야에서든지 앞서가는 전문가를
길러내고 이들을 인정해 주고 우러러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전문가를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

학벌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