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 가격의 상승을 위해선 과당경쟁을 자제하는 등 국내업계의 공동대응
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조선소가 추가 수주가 힘들 정도로 풀가동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신조선 가격의 결정권이 한국에 넘어와 있는데도 저가수주를 되풀이
하는 것은 "제살깎아먹기"라는 자성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조선통계기관인 로이드선박경제(LSE)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초대형 유조선(VLCC.2만5천DWT 기준)의 가격은 7천9백만달러로 마지노선
이라는 8천만달러가 붕괴됐다.

VLCC의 가격은 작년 9월 8천5백만달러를 정점으로 올 1월엔 8천3백만달러,
4월엔 8천50만달러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가격에서도 VLCC는 작년말 이후 8천2백만달러
선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선박가격은 해운사와 조선사간의 개별계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만
이는 신조선가격이 갈데까지 간 바닥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저가격의 주요 원인이 국내 업계의 분열과 과당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박의 신규주문이 한국에 몰리고 있으며 국내 업계의 수주잔량이 지난
7월말 현재 1천5백만GT(선박총t수)로 적정수준이라는 2년치(1천7백만GT)에는
못미치지만 어느정도 여유가 생긴 상황인데도 과열경쟁이 계속돼 선가상승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열경쟁의 배경으로 <>일부 후발업체들이 수주잔량을
못채워 저가공세를 주도하고 있는데다 <>선발업체들도 대규모 증설의 후유증
으로 일감확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조선소들마저
한국을 확실히 눌러 놓기 위해 덤핑수주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주는 활발,가격은 바닥세"라는 지금의 기현상은 지난 93년 이후 우리
업계가 경쟁적으로 뛰어든 설비증설에서 근본원인을 찾을수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증설에 참가하지 않은 조선사들은 증설업체에 대한 피해
의식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현재의 세계 조선시장은 오히려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호기"라며 "지금이라도 국내 업계가 단결해 수주가격의 정상화에
노력하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