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최순희(32)씨가 3~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상갤러리
(730-0300)에서 첫개인전을 갖는다.

출품작은 세월의 흐름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성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를 캔버스에 옮긴 "남겨진 자리" "공간-드러난 질서" "고삐에
대하여" 연작 20여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회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힌
그는 "세월의 풍경과 물상에 대한 이미지를 흑백 마티에르를 주조로 한
추상적 화면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해 그가 사용한 조형어법은 독특하다.

오래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고가나 폐가 사진 위에 버려진 나무조각을
오브제로 붙여놓기도 하고, 아크릴에 모래 등을 섞어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낡은 회벽같은 상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조형적인 면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조형성보다 그림이 담고
있는 메시지, 즉 내용에 더욱 충실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꿔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동덕여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프리즘전, 한국미술-그하나의 제안전 등
각종 그룹전에 참여해 활동했으며 한동안 디자인쪽에 몸을 담았다.

그는 "외도기간중 그림에 대한 미련때문에 하루도 마음편한 날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전업작가로서 작업에만 몰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