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카르텔이 반드시 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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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특약 독점전재 ]
< Benign conspiracies, Economist >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카르텔(담합)은 과연 악일 뿐인가.
생산자나 수출업자들이 가격 및 물량조정 등을 합법적으로 담합하는
행위인 카르텔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이익을 가로채는 "악"으로 간주되고
있다.
담합업자들이 공정경쟁을 피해 독과점체제를 구축한 다음 가격인상을
도모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들어 담합이 반드시 "독과점체제강화"나 "가격인상"으로
귀착되지 않는다는 반론들이 대두되고 있다.
미 법무부 독점금지국 소속 경제학자 앤드루 딕이 대표자다.
그는 카르텔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어려울 뿐더러
업자들의 담합행위가 소비자의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의 수출카르텔 역사를 연구한 결과에 이론적 바탕을 두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 19세기말 악덕자본가를 규제하기 위해 독점금지법을 처음
통과시킨 후 1918년 수출업자들에게 카르텔결성을 허용토록 입법화했다.
이 조치로 수출업자들은 가격 및 물량을 담합하거나 중앙판매기구를 결성
하고 회원끼리 협의사항을 준수했는지를 감사할 수 있게 됐다.
딕은 1918년부터 66년까지 미국에서 강력한 수출카르텔이 결성된 산업과
그렇지 못한 다른 산업의 실태를 비교분석한 결과 몇가지 사실들을 밝혀냈다.
우선 이 기간중 카르텔 결성에 참여한 업자들이 한 일은 규제당국에
등록하고 회원명부를 신고한게 고작이었다는 사실이다.
수출카르텔을 결성한후 업자들은 공동행위에 소극적이었다.
가격담합 등을 이끌어내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담합으로 얻는 수익보다
크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기간중 수출카르텔이 미국 전체수출에서 차지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또 이 기간중 카르텔결성이 비교적 활발했던 산업분야는 국제시장 지배력이
강하고 표준화제품으로 높은 수출성장률을 보이는 자본집약적인 업종으로
드러났다.
독점규제당국은 이 대목에서 흔히 자본집약적 성격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서
소수 독과점업체들이 지배하는 업종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반대였다.
자본집약적이지만 군소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업계에서 카르텔결성이 훨씬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카르텔에 참여한 업자들의 목적이 "제품가격인상"에 있었던게 아니라
"비용절감"에 있었기 때문이다.
카르텔결성으로 수주 및 선적 루트를 공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절감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업자들은 담합으로 때때로 "가격인상"보다는 "비용절감"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려주었다.
최근들어 새로운 독과점체제 강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인수합병(M&A)
문제도 마찬가지다.
항공업체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 통신업체 브리티시텔레콤과 MCI의
합병은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경쟁자들이 이들의 합병을 맹렬히 반대하는 이유도 합병으로 인한 "가격
인상"때문이 아니라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독점규제당국은 담합행위나 인수합병문제에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기에 앞서 "비용절감"이란 순기능과 "경쟁저해"란 역기능중 어느 것이
클 것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 정리=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
< Benign conspiracies, Economist >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카르텔(담합)은 과연 악일 뿐인가.
생산자나 수출업자들이 가격 및 물량조정 등을 합법적으로 담합하는
행위인 카르텔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이익을 가로채는 "악"으로 간주되고
있다.
담합업자들이 공정경쟁을 피해 독과점체제를 구축한 다음 가격인상을
도모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들어 담합이 반드시 "독과점체제강화"나 "가격인상"으로
귀착되지 않는다는 반론들이 대두되고 있다.
미 법무부 독점금지국 소속 경제학자 앤드루 딕이 대표자다.
그는 카르텔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어려울 뿐더러
업자들의 담합행위가 소비자의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의 수출카르텔 역사를 연구한 결과에 이론적 바탕을 두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 19세기말 악덕자본가를 규제하기 위해 독점금지법을 처음
통과시킨 후 1918년 수출업자들에게 카르텔결성을 허용토록 입법화했다.
이 조치로 수출업자들은 가격 및 물량을 담합하거나 중앙판매기구를 결성
하고 회원끼리 협의사항을 준수했는지를 감사할 수 있게 됐다.
딕은 1918년부터 66년까지 미국에서 강력한 수출카르텔이 결성된 산업과
그렇지 못한 다른 산업의 실태를 비교분석한 결과 몇가지 사실들을 밝혀냈다.
우선 이 기간중 카르텔 결성에 참여한 업자들이 한 일은 규제당국에
등록하고 회원명부를 신고한게 고작이었다는 사실이다.
수출카르텔을 결성한후 업자들은 공동행위에 소극적이었다.
가격담합 등을 이끌어내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담합으로 얻는 수익보다
크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기간중 수출카르텔이 미국 전체수출에서 차지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또 이 기간중 카르텔결성이 비교적 활발했던 산업분야는 국제시장 지배력이
강하고 표준화제품으로 높은 수출성장률을 보이는 자본집약적인 업종으로
드러났다.
독점규제당국은 이 대목에서 흔히 자본집약적 성격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서
소수 독과점업체들이 지배하는 업종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반대였다.
자본집약적이지만 군소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업계에서 카르텔결성이 훨씬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카르텔에 참여한 업자들의 목적이 "제품가격인상"에 있었던게 아니라
"비용절감"에 있었기 때문이다.
카르텔결성으로 수주 및 선적 루트를 공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절감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업자들은 담합으로 때때로 "가격인상"보다는 "비용절감"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려주었다.
최근들어 새로운 독과점체제 강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인수합병(M&A)
문제도 마찬가지다.
항공업체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 통신업체 브리티시텔레콤과 MCI의
합병은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경쟁자들이 이들의 합병을 맹렬히 반대하는 이유도 합병으로 인한 "가격
인상"때문이 아니라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독점규제당국은 담합행위나 인수합병문제에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기에 앞서 "비용절감"이란 순기능과 "경쟁저해"란 역기능중 어느 것이
클 것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 정리=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