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간의 중국방문을 마치고 31일 귀국한 이인제 경기지사가 당내에서의
"후보교체론 공론화" 제기 또는 독자출마를 위한 수순을 언제 어떻게
가시화할지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지사는 이날 북경특파원과의 조찬 간담회와 귀국후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한국당의 "후보교체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는등 "북경구상"
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지사는 또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내주중 독자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예견된 것이긴 하나 신한국당 이회창대표측의 친정체제 강화 이후 신한국당
비주류 의원들의 집단행동설 탈당설 등의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지사의 행보는 당내의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사는 일단 추석연휴를 전후해 경기 지사직을 사임, 중앙 정치무대에
복귀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사는 "북경구상"에서 밝혔듯이 우선 이회창 대표를 대신한 대안
후보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후보교체가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을 통한 독자출마의 가능성과
이대표의 지지도가 회복될 경우의 극적인 제휴 가능성이 동시에 점쳐진다.

이지사는 이날 북경에서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 "정권재창출을 위해
누가 진정으로 민심에 부합하고 있는 후보인가를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를 비롯, 일부 야당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이회창 후보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침묵은 더이상 미덕이 아니다"면서 "위기
타개를 위한 논의가 당내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그것은 대의원 선거라는 제한된 경쟁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민의와 거리가 있고 지금이라도 자신이 신한국당의 새로운
후보로 대선에 나가면 승리할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이지사는 그러나 후보교체 공론화가 불러올 부정적 파장 및 현실적인
후보교체 불가능성을 감안, 독자출마 가능성을 열어 두는 정치적 제스처를
보였다.

그는 귀국후 계획에 대해 "국민의 뜻과 정치인으로서의 입장, 시대 정신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추석 연휴때까지 이대표가 지지율 회복에 실패하더라도 자신으로의
후보교체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여전히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독자출마할
것임을 사실상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이지사의 행보에 이대표측의 친정체제 구축에 대한 민주산악회등
민주계 일부 조직의 심상찮은 움직임등도 이지사의 선택과 판단에 속도를
더해 줄 전망이다.

민주계 인사들은 31일 좌장격인 서석재의원의 초청으로 골프회동을
가졌는가 하면 이번주에도 여러차례의 모입을 잡아 놓고 있다.

그동안의 모임에서 민주계 인사들은 "이회창 후보로는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데 대체적인 의견을 같이했으나 향후 진로에는 약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민주계의 선택이 출마쪽으로 마음을 거의 굳힌
이인제 지사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