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고용구조가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종신고용제가 썰물을 타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규직은 줄어들고 임시직이 급증하는 현상은 이제 어느나라 할것 없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미국과 영국은 임시직이 이미 25~30%에 이르렀으며 일본도 파트타임
고용이 20%나 된다.

우리도 올해 2.4분기 고용동향을 보면 임시근로자가 6백만명을 넘어서
임금근로자의 45%나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일은 불황탓도 있지만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조
조정의 결과라고 볼수 있다.

설비가 상호 비슷한 수준으로 접근한다고 보면 임금코스트를 한푼이라도
줄여야 하는 것이 경쟁력의 요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던 미국 UPS사의 파업은 이같은 고용
추세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란이라고 할수 있다.

정규직을 얼마쯤 늘리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긴 했지만 고용구조의 새로운
물결을 되돌려 놓을지는 의문이다.

미국경제가 최근 수년동안 승승장구하는 것은 고용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큰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경제는 흥청망청하는데 임시직이 크게
늘어난 임금근로자들에겐 소득이 별거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소득이 정체되면 당연히 저축의 여력도 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미국의 저축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계 기업 정부부문을 통틀어 작년에 늘어난 저축은 4천1백70억달러로
93년 실적의 2.7배에 달하고 있다.

가계부문에서만도 96년보다 10%가 늘었다.

국내 저축액규모는 93년엔 일본의 20%에 불과했으나 96년엔 이것이
70%까지 따라잡았다.

올해도 이런 증가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저축증가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노후보장도 후퇴하는 상황에서
이제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의 발로라고 한다.

우리도 도시근로자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어 소비증가율이 4.5%로
34년만의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불황으로 소득증가율이 8.5%로 뚝 떨어진 결과이다.

가정이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경쟁사회가 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