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불안감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가 한전 및 포철주의 외국인 투자한도확대와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자제
등 긴급 부양조치를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난 주말까지 연6일째
하락세를 지속, 종합지수 700선마저 붕괴됐다.

주가폭락의 배경은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가 많았고, 여기에 일본 홍콩 등 각국의 주가도 폭락,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이 함께 나타나면서 시장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실물경제동향이 순탄치 못한데다 최근의 금융시장불안
에 대한 정부대응이 시기적으로 늦고 내용도 미온적이어서 그에 대한 실망감
이 더크게 작용한 감이 없지 않다.

때문에 우리는 일시적인 수요확대조치만으로는 증시를 회생시키는데 한계가
있으며 국내외의 투자자들에게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최근의 경제불안 요인을 따져 보고 그동안의
정책대응을 반성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의 금융불안은 기아사태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기아협력업체 및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 등 기아사태의
금융파장을 최소화하는 실효성있고 다각적인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오히려
주가폭락 환율급등 금리상승 등의 금융불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작 사태의 근원인 기아 해법에는 언급도 없어 정책의지가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재정경제원이 느닷없이 부도유예협약의 폐지가능성까지 제기해
가뜩이나 취약한 시장분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들이 많다.

우리도 이같은 견해에 상당부분 동의하면서 누차 지적한대로 지금은
정상이 아닌 긴급상황인 만큼 정부가 예외적인 비상조치를 서둘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시장정보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의 진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때문이다.

그럴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시장기능에 맡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제금융환경은 어떤가.

동남아 외환위기를 몰고온 환투기의 다음 공략목표는 한국일 것이라는
얘기조차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안이하게 대응할 경우 그럴 개연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강력한 수습의지를 보여줌
으로써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경제안정에 대한 믿음을 주는 일이다.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자한도를 늘려주고 기관투자가를 동원하는 것도 대책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확실한 기아 해법, 그에 따른 금융불안해소
등이 선결돼야 할 과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