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세라믹스연구부 이광렬(36)박사는 연구활성화의
조건을 "재미론"으로 푼다.

연구원 각자가 재미있어하는 과제를 맡아야 신명이 나고 결과도 좋게
나온다는게 골자다.

큰 업적을 내겠다는 각오는 물론 연구를 다잡아 수행토록 하는 것도 좋은
동기가 되지만 재미를 느껴서 하는 연구를 따를수 없다는 의미다.

그가 학생연구원을 받을 때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가"를 주제로한 에세이부터 쓰게 하는 것도 그런 생각에서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거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3년간
박사후연구과정을 마치고 KIST에 발을 디딘 때는 지난 91년.

처음부터 다이아몬드상 카본(DLC)필름 개발과제를 맡았다.

DLC필름은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비정질의 얇은 막.

윤활특성이나 내마모특성 등이 진짜 다이아몬드와 같으면서도 상온합성이
가능하고 값도 싼 차세대 고체윤활제이다.

당시까지만해도 이 분야에 대한 국내에서의 연구는 전무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기술을 토대로 최고 특성의 막을 합성해 냈고 94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VTR헤드드럼에 입혀 실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실험실을 놀이마당으로,복잡한 실험장비를 장난감으로 여길 정도로 연구
활동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자세가 뒷받침됐다.

그는 DLC필름을 자동차엔진내부에 입혀 내구수명을 높이는 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DLC필름을 입힌 엔진은 내마모특성이 20배이상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모든 기계류의 마찰부위에 윤활유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적 마찰이 있는 부위면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어요. 앞으로 10년간은
응용범위를 넓히는데 힘을 모을 생각입니다. 기판과의 친화력을 높여 필름이
잘 붙어 있도록 하고 구조를 바꿔 특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기본이고요"

그는 이 과정에서 박막재료의 잔류응력제어와 기계적 특성제어 및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자연스레 축적해 다른 기술부문별 전문가와 함께 "DLC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