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을 앞둔 대기업 부장이 어느날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계열사
책임자로 전출된다.

그에게 떨어진 명령은 1년내 흑자로 반전시키든가 아니면 회사를
정리하라는 것.

장미빛 미래를 꿈꾸던 그는 심한 배신감에 몸을 떨며 벼랑끝의 자신을
돌아본다.

또 한사람.

잘 나가던 40대초반 대학 교수가 갑자기 해임통지를 받는다.

해당학과의 교수 정원이 찼다는 이유로 어이없게 쫓겨난 그는 1백군데
대학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수면제로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갑자기 마주친 인생의 절벽.

40대 가장에게는 사형선고와 같다.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

벼랑 탈출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의무이자 권리다.

최근 출간된 소설 "절벽산책" (돈 슈나이더 저 김정우 역 사람과책)과
"일년내 적자탈출" (사루야 마사하루 저 오무철 역 21세기북스)에는
벼랑끝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둘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 절망에 대응하는 방식과 세상을 보는 눈,
동서양 문화의 양면을 전한다.

"일년내 적자탈출"은 절망앞에서 운명을 반전시킨 한 기업간부가
극적으로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오너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고뇌하던 주인공 사와이는 태보공업
이라는 죽은회사를 9개월만에 흑자로 반전시켜 주변을 놀라게 한다.

낡은 설비와 무기력한 사람들, 한푼의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공장을
돌며 근로자들에게 동료애와 조직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낸다.

예결산 수치를 밝히고 월별목표를 제시하는가 하면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삭감된 임금을 다시 올려준다.

때로는 먼지 자욱한 생산현장에서 부하직원의 출산에 관해 유머를
던진다.

"플러스 사고"를 통해 의식을 개혁하고 조직을 혁신하는 과정이
"살아있는 경영교과서"로 읽힌다.

"절벽산책"은 페인트공이 된 교수 이야기.

주인공은 해임된 뒤 너무 억울해서 2년동안 비난할 사람만 찾아다니며,
분노때문에 언제나 최악의 선택만 한다.

초라한 아버지와 무능한 남편으로 전락한 그는 쓰라린 고통속에서
예전에 몰랐던 세상의 진실을 발견한다.

골프장 청소부와 일당 잡부로 일하며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진정한
행복에 눈뜬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며 인생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는 남의 집에 페인트를 칠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채색하는
법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를 믿고 따르는 아이들이 "물감"이라면 아내는 행복을
칠하는 정갈한 "붓"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