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마켓을 잡아라"

내수시장의 포화와 경기불황으로 신제품의 수요확대가 한계에 도달하자
산업계가 부품조달 수리영업 등 애프터마켓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애프터마켓이 신규제품에 비해 이윤이 좋으면서도 고정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생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엘리베이터업계는 올해 시장규모를 1조1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중
22%인 2천5백억원이 부품교환 등 애프터마켓에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 업체인 LG산전의 경우 올해 5천4백억원의 매출목표중 1천2백억원을
5만대의 기존 엘리베이터 보수로 벌어들일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조성창이사는 "승강기는 설치후 3년이 지난면 4년 주기로
부품교환 수요가 발생하는 등 지속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며 "건설시장의
포화도 신규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어서 전문인력 배치 등 애프터마켓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나 중장비업계의 경우도 "신속한 부품교환이 안 돼 고객사의 생산이
중단된다면 영업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는 방침아래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중공업체들은 서비스신청 접수후 12시간내에 완료한다는 목표로
서비스망의 확충 및 부품조달시스템의 구축에 전력하고 있다.

신도리코, 코리아제록스등의 사무기기업체들도 애프터마켓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부품판매및 보수유지부문의 매출이 연간 원에 달해
전체매출의 %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중고차시장에의 참여를 선언하는 등 자동차업계가
중고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애프터마켓의 위력에 눈을 떳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샴푸, 세제등을 판매하는 생활용품업체들이 리필제품판매를 꾸준히
늘리는 것 역시 애프터마켓을 중시하는 영업전략의 일환으로 볼수 있다.

LG화학, 제일제당등이 4, 5년전부터 내놓기시작한 리필제품은 이제
판매비중이 신상품의 절반을 넘는 품목이 숱하게 쏟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차를 아끼고 오래타려는 것 보다는 3-4년 정도
타다가 새차로 바꾸는게 요즘 유행"이라며 "차량을 되팔 때 가격을 얼마나
받느냐가 신차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고차시장에 관심을 안가질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기나 조선은 애초부터 부품생산이나 수리업에서 시작된 경우다.

삼성항공 관계자는 "항공기는 부품교환 시기를 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안정적인 애프터마켓이 형성돼 있는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 경영학과 전준수교수는 "애프터마켓을 강화하면 안정적인
수요기반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수요자와의 끊임없는 관계가 유지돼
고정고객으로 만드는 장점이 있다"며 "애프터마켓에의 투자는 서비스를
위한 비용지출이 아니라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선투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