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후 이전에 단행될 것으로 거의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조치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국민지지도에서 야권후보에 밀리고 있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사면이후의 여야 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다.

이회창 후보측이 "병역수렁"에서 탈피하는 한편 범여권의 대통합을 추진,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차원에서 추진중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에 대해 현재 각 여론조사 기관이나 정치분석가
들의 의견은 각양각색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단은 사면을 주도하는 여권에 다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지
않겠느냐고 내다 보면서도 사면이후의 정국 전개상황을 현단계에서 점치기는
극히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대표측 인사들은 대구.경북 지역의 반 신한국당 정서를 누그러 뜨리고
구여권 세력을 끌어안을수 있게 돼 현재 2위권에 머물고 있는 이대표의
지지율을 끌어올릴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어차피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는 이대표로서는 "밑져 봐야 본전"인 만큼
사면카드를 잘 활용하면 국면을 타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반 이대표측은 대구.경북의 정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으로 갑자기
친여로 바뀌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면이후 전.노씨의 행보에 따라서는 여권의
원심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노씨가 직접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구여권의 새로운 축이
형성될 경우 이회창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재창출을 꾀하고 있는 현 여권
핵심부에 새로운 "부담"을 안기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실무자는 1일 "전.노씨 사면카드가 이대표의 지지율
반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영남지역과 50~60대의 장년층에 상당한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지금껏 두 아들의 병역문제 등 수세에 몰려 왔던 이대표에게
전.노씨 사면카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한 인사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먼저
제기하긴 했지만 이를 추진하는 쪽은 여권이기 때문에 결국은 이대표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지율이 뒤져 있는 마당에 결과에 어찌되든 일은 저질러 놓고
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전.노씨 사면카드가 이대표 지지율 반등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정치적 이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대표는 "최근 이대표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이대표의
고유한 캐릭터이자 상품성이었던 "도덕성" "원칙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사면카드가 이대표 지지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전.노씨 사면카드는 대구.경북정서 순화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 분포가 당분간 그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까지 사법처리를 했던
전.노씨에 대한 "선거용 특별사면"이 사면하는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여부나 정치권에 전혀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게 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알 것이라는 지적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