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신한국당이 내년도 예산안 규모, 증가율 등을 둘러싸고 한창
당정협의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홍사덕 정무1장관이 "내년도 예산은 재경원
안보다 증액 편성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장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재경원은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5%대, 예산
규모는 75조원대로 잡고 있으나 이같은 증가율로는 국가의 중요 기간사업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을뿐 아니라 국회 심의과정에서 엄청난 증액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했다.

홍장관은 "정부 각 부처뿐 아니라 여야 모두가 5%대 증액으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과학기술처 해양수산부 환경부 건설교통부
소관 예산 부분을 늘려야 한다는데는 여야간 상당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적자예산을 편성, 사회간접자본투자 과학기술투자
등을 과감히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형상 건전재정 유지를 위해
비현실적으로 증가율을 낮게 잡을 경우 국회상임위원회에서 엄청난 증액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장관은 이같은 자신의 입장을 이날 열린 경제장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각부 장관들에게 전달했다.

이에대해 강경식 재경원장관은 "재정으로 경기를 조절한다는 발상은 지금
처럼 개방경제시대에는 맞지 않다"며 "예산증가율을 높이자는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장관의 발언배경에 대해 본인은 "국회와 정부와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주장을 하게 된 것"이라며 "결코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정무장관이 적극적으로 예산증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예산안 당정협의과정은
물론 향후 정기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홍장관은 얼마전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대선에서 대통령의 "엄정
중립"을 요구한데 대해 선거에서의 "중립"과 "공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적이 있어 그의 이번 발언에 정치권, 특히 야권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이와관련, 국민회의 한 관계자는 "5%대에서 예산증가율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재경원와 신한국당은 지난달 26일부터 예산안 당정협의를 진행중이며
재경원은 당초 5~6%대 증가를 내세웠으나 신한국당이 너무 낮다고 주장,
증가율을 6.5%안팎으로 올리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