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물산(대표 임병태)은 올해 매출 신장률을 예년보다 훨씬 낮은 15%로
잡고 있다.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다.

지난해 매출이 8백74억원으로 전년대비 50%나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지속적인 급성장은 자칫 운전자금 및 인력운영 측면에서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임병태 사장의 "완급.신축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다.

팽팽할 때 느슨하게 하고 팽창할 때 축소할줄 아는 유연성의 경영론이다.

투자 판매 성장전략에서 결코 무리수를 두지 않는 안전제일주의가 임사장의
지론이다.

89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에 4개의 현지공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꺼번에 과다한 투자를 하지 않고 수출금융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투자를
실행했다.

투자지역을 다변화한 것도 위험분산을 위해서였다.

최근 능률협회가 5백94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성 안정성 규모 활동성
성장성 등 우량도를 평가한 결과 태평양물산이 38위에 오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재무구조가 양호하다보니 은행에서 저리의 자금을 써달라고 부탁할 정도
지만 불요불급한 경우가 아닌한 차입을 않는다.

"15년여간 은행갈 일이 없었다"고 임사장은 말한다.

이 회사의 업종은 흔히 사양산업시되는 섬유.오리털 및 재킷이 주종이다.

이 분야에서 지난 72년 창업 첫해 수출 30만달러에서 올해 1억2천만달러
(예상)로 연평균 30% 가량 성장했다.

섬유에 대한 임사장의 강한 신념은 사양론을 뛰어넘는다.

의류제조업은 첨단산업이자 미래산업이라고 그는 잘라말한다.

"하이테크 업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부침이 큰데 비해 섬유는 세계적
으로 매년 수요가 2~3%씩 늘어나는 영원한 성장산업"이라고 임사장은
강조한다.

디자인 소재개발 강화와 철저한 품질.납기관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경영철학과 안전주의 기업방침이 섰기 때문.

미국 터보스포츠웨어 등 장기 바이어가 많고 신규 거래선이 느는 이유이기
도 하다.

수출지역 또한 미국 일본 유럽 중심에서 최근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과
러시아 등지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시장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안산공장에선 생산원가를 감안해 제품고급화에 주력하면서 급한 오더를
맡아 처리하고 있다.

90%이상의 원자재를 국내 조달하고 있어 제품 생산이 빠를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와 함께 지난해 60억원을 들여 경기 이천에 베개공장을 건립, 메밀 등
다양한 소재의 건강베개를 생산해 "팔베개"상표로 팔고 있다.

베개 이불 등의 내수비중은 전체매출의 10% 정도에 이른다.

이 회사는 올해 소재개발 및 디자인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진
후 내년부터는 다시 약진의 힘찬 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우선 미얀마 등 동남아 일부국가에 자체공장을 추가로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몽골 등지에서 하청생산을 해야 할 정도로 생산이 달리고 쿼터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및 현지화의 구축으로 오리털 및 재킷의류 분야에서 세계 "빅3"의
자리를 지켜가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비전이다.

< 문병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