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신용평가작업중인 무디스사가 부실채권 규모를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는 당초 이달초 실시 예정이었던
제일은행에 대한 신용평가를 이달말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한보 진로 대농 기아 등에 여신이 많은 기관들은 오는 10월초
무디스사가 발표 예정인 신용등급 조정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제일은행에 대한 S&P사의 신용등급은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스 크라스노 등 관계자 3명을 한국에 파견한 무디스사는 지난 1일
제일 외환은행을 조사한데 이어 2일에는 조흥 기업은행을 방문, 신용평가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수집했다.

무디스사의 방문일정은 3일에는 재정경제원과 상업은행, 4일은 부산
서울은행, 5일엔 보람 하나은행 등으로 잡혀 있다.

무디스사는 이번 조사에서 은행경영에 관한 전반적인 자료와 함께 부실채권
규모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친 은행측 한 관계자는 "올해 손익상황 증자계획 등 신용평가에
필요한 은행 경영전반 자료를 수집했다"며 "특히 잇따른 부도사태로 인해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를 꼼꼼히 챙겼다"고 말했다.

무디스사는 신용등급 하향조정 대상기관들의 재무상태등을 따져 등급을
낮출지 결정하겠다는 언급에 이어 이같은 조사행태를 보임에 따라 부실여신이
많은 곳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S&P사는 정부가 지난달 25일 제일은행에 대한 한국은행 특융증자허용 부실
채권 인수 등 지원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이들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감안,
제일은행에 대한 신용평가를 실시키로 하고 평가시기를 이달말로 연기했다.

현재 제일은행의 신용등급은 해외장기채권 발행에 필요한 최소등급인
BBB마이너스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