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도유예협약과 퇴출제도 .. 강병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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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기업의 부실이 금융기관에 파급돼 발생하는 신용불안에 대해서는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는데 정책의 초점이 두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부도유예협약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 협약은 부도를 촉진한다느니,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제도라는 등의
비난도 있었다.
부도를 촉진한다는 논리는 금융기관들이 부도유예협약의 적용대상이
되기 전에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자금회수를 경쟁적으로 서두르는 전략적
행동,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도유예 적용대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부실징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협약이 유례가 없는 제도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장치가 법규나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
우리의 부도유예협약은 영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영국은 금융기관의 자율규제로 부실징후 기업의 처리절차(workout)가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
금융기관은 이 처리지침에 따라 부실징후기업에 대해 일정기간(통상
수주일)동안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자체 정상화지원, 제3자인수, 법적처리
등 처리지침을 결정한다.
주거래은행이 채권 금융기관회의를 소집하여 채권의 유예여부를 결정한다.
부실기업 처리에서 정부가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
영국의 중앙은행은 채권금융기관, 채무기업, 기타 채권자들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부실기업정리에 개입한다.
90년 이래 중앙은행은 정직한 중개자(honest broker)로서 1백50여건의
정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이른바 런던방식(London Approach)이라는 비공식
지침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 지침의 기본정신은 기업이 건실할때 거래했던
금융기관들은 거래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하더라도 법정관리나 파산 등
법적절차를 서두르지 말고 기업에 대한 지원자로서 자금지원등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미 이와 유사한 협약이 87년 "기업정상화를 위한 금융기관간
협정"이라는 금융단 협약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나 금융기관들의 자율규제관행
미정착으로 유명무실해졌다.
이번 부도유예협약은 이를 보다 실효성있게 체계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협약은 은행과 종금만이 참가하여 협약의 불완전성이 크고,
이 협약을 적용받는 기업이 적어도 유예기간동안은 급한 불을 끈 것을
기화로 채권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지원조건을 거절하거나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사례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이번에 생보사를 추가로 참가시키고 지원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협약적용의 전제조건으로 해당기업및 기업주 또는 최고경영진의 주식
및 경영권포기각서 등과 노조의 인원및 임금감축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게
한 것은 불가피했다.
특히 협약적용 대상기업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할인한 금융기관은
유예기간중 해당어음과 관련된 환매청구 또는 소구권 행사를 유예토록 하여
협약적용대상기업의 협력업체도 이 협약의 혜택을 볼수있도록 한것은 그간
여신규모 2천5백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만 이 협약을 적용함에 따른
형평성 시비를 완화하는데 어느정도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 협약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긴급안정장치의
하나인데, 근본적으로 이 협약과 함께 현재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 등 기업의 퇴출제도를 한데 묶어 보다 효율적인
제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78년 연방파산법 개정에서 종래 경영정상화(corporate
reorganization), 화의(arrangement) 및 부동산화의 등 3장으로 나누어저
있던 것을 정상화(reorganization)라는 단일의 장으로 통합하고 기업의
정상화지원을 보다 강화하였다.
기업도산은 이해당사자는 물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의
퇴출제도는 기업이 가능한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계속 기업으로서 살아남게
하고, 불가피하게 도산하더라도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퇴출제도는 채권자 위주인데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평성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기업의 재건을 위한 신속하고 탄력적인
구제조치가 매우 미약하다.
현재의 법정관리제도는 법원이 법정관리인을 선임하여 기업의 경영까지
책임지는 제도로 정리절차개시 신청부터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개시결정,
법정관리인 선임, 정리계획안의 작성.결의.인가 등에 이르는 기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법정관리인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관리법원의 과중한
업무량과 전문성부족에 따라 선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등
법정관리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화의제도는 법원의 중재감독하에 도산위험에 직면한 기업과 채권자들이
채무변제에 대한 재계약(화의조건)을 체결하여 파산을 피하는 제도로,
법정관리가 법원이 기업을 경영하는데 비해 화의제도는 기존 경영주가 계속
기업을 경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화의제도는 경합되는 채권자의 수가 비교적 적은 중소기업 등에서 이용되나
합의가 중간에 깨지는 경우가 많고, 채권자가 그 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이
적어 채권자보호에 불충분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현 공평성위주의 퇴출제도를 효율성과 신축성을 동시에 고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신축적으로 대응할수 있도록 선진국 제도를 참고하여
현재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및 부도 유예협약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퇴출제도를 단일법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는데 정책의 초점이 두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부도유예협약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 협약은 부도를 촉진한다느니,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제도라는 등의
비난도 있었다.
부도를 촉진한다는 논리는 금융기관들이 부도유예협약의 적용대상이
되기 전에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자금회수를 경쟁적으로 서두르는 전략적
행동,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도유예 적용대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부실징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협약이 유례가 없는 제도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장치가 법규나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
우리의 부도유예협약은 영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영국은 금융기관의 자율규제로 부실징후 기업의 처리절차(workout)가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
금융기관은 이 처리지침에 따라 부실징후기업에 대해 일정기간(통상
수주일)동안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자체 정상화지원, 제3자인수, 법적처리
등 처리지침을 결정한다.
주거래은행이 채권 금융기관회의를 소집하여 채권의 유예여부를 결정한다.
부실기업 처리에서 정부가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
영국의 중앙은행은 채권금융기관, 채무기업, 기타 채권자들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부실기업정리에 개입한다.
90년 이래 중앙은행은 정직한 중개자(honest broker)로서 1백50여건의
정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이른바 런던방식(London Approach)이라는 비공식
지침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 지침의 기본정신은 기업이 건실할때 거래했던
금융기관들은 거래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하더라도 법정관리나 파산 등
법적절차를 서두르지 말고 기업에 대한 지원자로서 자금지원등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미 이와 유사한 협약이 87년 "기업정상화를 위한 금융기관간
협정"이라는 금융단 협약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나 금융기관들의 자율규제관행
미정착으로 유명무실해졌다.
이번 부도유예협약은 이를 보다 실효성있게 체계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협약은 은행과 종금만이 참가하여 협약의 불완전성이 크고,
이 협약을 적용받는 기업이 적어도 유예기간동안은 급한 불을 끈 것을
기화로 채권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지원조건을 거절하거나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사례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이번에 생보사를 추가로 참가시키고 지원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협약적용의 전제조건으로 해당기업및 기업주 또는 최고경영진의 주식
및 경영권포기각서 등과 노조의 인원및 임금감축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게
한 것은 불가피했다.
특히 협약적용 대상기업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할인한 금융기관은
유예기간중 해당어음과 관련된 환매청구 또는 소구권 행사를 유예토록 하여
협약적용대상기업의 협력업체도 이 협약의 혜택을 볼수있도록 한것은 그간
여신규모 2천5백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만 이 협약을 적용함에 따른
형평성 시비를 완화하는데 어느정도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 협약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긴급안정장치의
하나인데, 근본적으로 이 협약과 함께 현재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 등 기업의 퇴출제도를 한데 묶어 보다 효율적인
제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78년 연방파산법 개정에서 종래 경영정상화(corporate
reorganization), 화의(arrangement) 및 부동산화의 등 3장으로 나누어저
있던 것을 정상화(reorganization)라는 단일의 장으로 통합하고 기업의
정상화지원을 보다 강화하였다.
기업도산은 이해당사자는 물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의
퇴출제도는 기업이 가능한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계속 기업으로서 살아남게
하고, 불가피하게 도산하더라도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퇴출제도는 채권자 위주인데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평성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기업의 재건을 위한 신속하고 탄력적인
구제조치가 매우 미약하다.
현재의 법정관리제도는 법원이 법정관리인을 선임하여 기업의 경영까지
책임지는 제도로 정리절차개시 신청부터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개시결정,
법정관리인 선임, 정리계획안의 작성.결의.인가 등에 이르는 기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법정관리인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관리법원의 과중한
업무량과 전문성부족에 따라 선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등
법정관리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화의제도는 법원의 중재감독하에 도산위험에 직면한 기업과 채권자들이
채무변제에 대한 재계약(화의조건)을 체결하여 파산을 피하는 제도로,
법정관리가 법원이 기업을 경영하는데 비해 화의제도는 기존 경영주가 계속
기업을 경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화의제도는 경합되는 채권자의 수가 비교적 적은 중소기업 등에서 이용되나
합의가 중간에 깨지는 경우가 많고, 채권자가 그 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이
적어 채권자보호에 불충분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현 공평성위주의 퇴출제도를 효율성과 신축성을 동시에 고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신축적으로 대응할수 있도록 선진국 제도를 참고하여
현재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및 부도 유예협약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퇴출제도를 단일법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