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시부양책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극히 이례적으로 재경원이 증시부양책을 장중에 발표했지만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포항제철과 한전주의 외국인한도를 확대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부양책이 발표되자 한때 주가는 반등했지만 30여분만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매물과 환율불안 등 악재에 버텨내지 못하면서 주가가 큰폭으로 밀렸다.

한때 증시를 좌지우지하던 막강한 재정경제원이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부양책을 장중에 발표했지만 증시의 반응은 싸늘할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연기금 주식투자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증시부양책을
발표한 후 10여일만에 종합지수가 40포인트나 하락했고 지난 3월20일 경제
회생대책 발표후에도 정부대책에 대한 실망매물이 투매로 이어져 주가는
3일간 30포인트나 급락한 예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아예 전일 종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도록 하는
강제법률을 만드는 것 외에 증시부양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부정책이 미봉책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증시에서 전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가하락은 증시 내부여건의 취약성보다는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총체적 위기 때문에 발생했지만 정부는 수급개선 등 단기처방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예봉을 들이밀고 있다.

"증시가 취약해진 것은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전혀 잡지 못한 때문이다.
기아사태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파문은 장기화되고 있고 금융
시장도 불안상태지만 아직까지도 정부는 이에대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투자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사정이 이렇다보니 증시에서는 자금사정이 빠듯한 기업에 대한 부도가능성
은 물론 특정기업이 선거이후 정치적인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
까지 나돌고 있다.

임기응변식 증시대책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커녕 거꾸로 역작용을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자가 잊어선 안된다.

김남국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