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인가, 프로덕션인가"

케이블TV 드라마넷 (채널36)이 자체 제작 드라마를 방영도 하기 전
공중파TV에 먼저 판매하자 이런 지적이 일고 있다.

드라마넷이 만든 트렌디 홈드라마 "리조트" (극본 김원석 이선희, 연출
박진수)중 제1편 "먼산 꽃그늘"이 SBS 특별기획드라마로 17일 오전
9시5분에 방영되는 것.

케이블TV의 경우 지역민방에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의 판권을 팔거나
공중파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경우 (HBS 연예특급)는
있었지만 자사 채널에서 방영 안된 프로그램을 판매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SBS측은 우선 1편을 방영한 뒤 시청자 반응에 따라 정규편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고, 드라마넷은 이 경우 SBS가 후속 12편을 모두
방영한 뒤 자사채널에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제작사인 드라마넷이 재방을 하는 셈.

"리조트"의 SBS 판매는 드라마넷의 제작 역량이 공중파 못지 않다는
증거가 될수 있는 반면 적자에 허덕이다 못해 방송사로서의 "자존심"까지
버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미 방송된 중고프로그램보다 새 프로그램이 값을 후하게 받을수 있기
때문에 프로덕션도 아니면서 자기채널을 외면하고 판매에 급급했다는 것.

케이블TV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TV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래도 PP (프로그램 공급업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파행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동아TV, Q채널 등은 아예 독립프로덕션을 설립, 자체 프로그램 제작뿐
아니라 공중파TV 납품을 추진중인 형편이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