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봉희 < 재경원 금융심의관 >

최근의 금융시장불안은 우리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경쟁력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대기업이 부도에 직면하게되고 이들기업에 많은
여신을 제공하고 있는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대내외 신인도가 하락한데 기인된 것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본다.

기아사태 이전에 비해 금리가 소폭상승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어음부도율도 7월에 비해 낮아졌으며 전체금융기관의 여신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위기"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또 우리나라가 94년 멕시코나 최근 태국 등 일부 동남아 국가와 같이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우선 이들 나라는 경상수지적자 규모가 GDP대비 8% 수준이었지만
우리나라는 금년도 경상수지적자 규모가 GDP대비 3%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 (IMF)은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2~4%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또 멕시코나 태국은 해외자본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사실상 고정환율
제하에서 무리하게 자국통화의 고평가정책을 고수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환율이 제반경제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여 결정되도록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요인을 그대로 두게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물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또 금융개혁을 포함한 구조개선노력도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에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게 되었다.

우리 금융기관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부실채권이기
때문에 이를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확대된 3조5천억원 규모로 조성하여 부실채권 정리를
촉진하는 한편, 기업이 금융기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이 담보권 실행으로 취득한 부동산이나 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고자 하는 경우 양도세를 전액면제토록 하였다.

이와함께,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일은행과 종합금융회사에
대하여는 경영정상화계획의 이행을 전제로 한국은행의 자금 (소위
"한은특융")을 지원키로 하였다.

또 외화자금의 유입을 확대하여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시중은행고 종합금융회사에 지원하는 한편, 우리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정부가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상환에 대하여
보장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대책 추진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는 크게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외부충격이 있을 때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차입경영을 지양하고 재무구조를 건실히 하는 등 경영을 내실화
하고 금융기관도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