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추락사고 현장은 불에 검게 그을린 기체 잔해와 시신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운데 긴급 충돌한 구조대가 희생자들의 소지품과
여권 조각 등을 주워모아 신분을 확인하느라 진땀.

사고기는 추락 1시간여가 지난 이후까지도 불꽃을 내뿜고 있으나 사고
현장으로 통하는 길이 비좁고 인근 곳곳이 침수돼 있어 소방차와
구조반원들이 접근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

가까스로 현장에 접근한 구조반원들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된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어린이 1명을 구급차로 긴급 이송하기도.

<>.베트남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 파견된 구조대원들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희생자들의 귀중품은 물론 희생자들이 입고 있는
옷까지 벗겨내 약탈해갔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여객기 추락당시 포첸통국제공항에 있었던 한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공항의 구조대원들은 이날 사고가 발생한 수 분뒤 현장에 도착, 미국
달러화와 여권 보석 가방을 약탈하고 심지어 희생자 몸에서 옷까지 벗겨
내갔다고 말했다.

<>.이날 추락한 베트남 여객기에 탑승한 한국인 21명은 모두 사업이나
선교 의료봉사 외교활동을 목적으로 캄보디아로 향하던중이었으며 관광객은
1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가족들과 관계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 의료원측은 김봉석(36) 동창회장과 이성민
(33.마취과 레지던트)씨 등 의료지원반 6명이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자 허탈함속에서도 이들의 생존여부 파악을 위해 분주한 모습.

원광대 의료지원반은 자매결연을 맺은 프놈펜대학에 의료기기를 전달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하던 중이었다.

선교사인 오형석(34)씨는 내전의 상처를 겪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교민을
상대로한 선교와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기 위해 중엽(7) 성혁(5) 등 두
아들을 데리고 가던 길이었다.

<>.외무부는 3일 베트남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즉시 해외여행
안전사고대책반 (반장 홍정표 제2차관보)을 가동하는 한편 한국인
탑승객의 정확한 수와 생존자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현지 공관에 긴급 지시.

외무부는 또 5일로 예정된 유가족들의 현지방문을 앞당길 수 있도록
주한베트남대사관측 및 베트남항공사에 요청하는 한편 희생자 보상문제
등에 관해서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주한베트남 대사관측은 이에 대해 "4일중 서울의 한 호텔을 임차해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할 예정이며 유족들이 현지에 신속히 갈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외무부 관계자는 말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