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이 지난 78년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는
한국생산성본부의 발표는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경제가 지난해 극심한 불황을 겪었고, 특히 생산의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온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상장기업마저 생산성지표가
절대액 기준으로 감소하는 지경이리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성본부는 지난 3일 금융 보험업과 관리대상종목 기업을 제외한
6백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1인당 부가가치
창출액은 평균 4천7백만원으로 95년의 4천8백37만5천원에 비해 2.38%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4.9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부가가치의 배분은 노동소득이 58.72%, 자본소득이 41.28%로
노동소득분배비율이 전년대비 6.21%포인트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 감소원인으로는 불경기로 인한 판매부진과
상품매입원가 상승 등을 들고 있다.

한 사람이 생산해낸 부가가치액이 줄어든 것은 두가지 면에서 생각해
볼수 있다.

하나는 한 사람의 절대적인 노동생산성수준이 퇴보했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산출량에 비해 너무 많은 인력이 투입됐을 가능성이다.

그 원인이 어느쪽이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불경기로 수요는 줄어드는데 고용인원은 줄지 않아 한사람당 생산액이
낮아졌다면 이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따른 부작용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수 있다.

물론 이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근본적으로 산업구조및 경영조직의 저효율성에도 원인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부가가치율이 낮은 산업구조나 기술개발의 미흡, 높은 중간재 투입구조,
전근대적 기업조직 등의 영향도 크다고 볼수 있다.

산출방법 등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얼마전 한국은행이 분석한
기업경영분석에서도 지난해 전체 제조업의 1인당 부가가치생산액 증가율이
1.1%로 전년의 19.2%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왔었다.

특히 그 내용에는 대기업과 중화학공업의 1인당 부가가치생산액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바 있다.

최근 대기업부도가 잇따르고, 특히 철강 자동차등 중화학업체들의 애로가
가중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님을 알수 있다.

근래들어 조직슬림화와 계열기업정리등 기업들의 구조조정노력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불황극복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이번 생산성본부의 분석에서도 쉽게 얻을수 있다.

무엇보다 고용구조는 물론 조직과 경영전략까지도 불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유연한 체제를 갖춰야 하며 특히 사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촉진과 외형보다 수익을 중시하는 내실경영을 확고히 할 때라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