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서른한번째 코미디영화 "마이티 아프로디테"는 할리우드
최고의 지성파 여배우 (하버드대 중국어과 출신)로 꼽히는 미라 소르비노의
백치미 연기와 그리스비극 요소의 희극적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제는 제목 "마이티 아프로디테 (Mighty Aphrodite)"에서 모두
드러난다.

사랑의 여신은 힘이 세다.

그런데 여신이 지키는 사랑이 아가페도 필리아도 아닌 에로스라면.

결론은 자연스럽게 사랑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데 이르게 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세련되고 유쾌하다.

스포츠담당 기자와 화랑 큐레이터인 레니 (우디 앨런)와 아만다 (헬레나
본햄 카터)는 아이없이 살아가는 여피족 부부다.

친구의 아이를 보고 부러움에 빠진 이들이 택한 방식은 입양.

귀엽고 총명한 아들에게 푹 빠진 우디 앨런은 불현듯 아이 생모를
궁금해하게 되고 결국 그녀를 찾으러 나선다.

그러나 찾아낸 사람은 포르노배우겸 창녀 린다 (미라 소르비노).

레니는 말마다 음담패설 투성이인 그녀를 보고 실망하지만 그 속에서
순수함을 발견하고 애정을 느낀다.

결국 그는 린다와 관계를 맺고 같은날 아만다는 회사동료와 마찬가지
상황에 빠진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자기 짝에게 돌아가고 린다 역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끝장면은 몇년 뒤 백화점에서 만난 레니와 린다가 각자 데려온 아이를
보면서도 자기 아이인줄 모른채 헤어지는 것.

그러나 여기서 엇갈린 혈육에 대한 아쉬움은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고, 내가 울고 있으면 세상에 비만 내린다"는
노래는 우디 앨런의 충고처럼 들린다.

삭막한 세상을 구원하는 여신이 날개옷 입은 천사가 아니라 뒷골목
창녀라는 설정은 우디 앨런답다.

중간중간 등장해 사설을 늘어놓는 코러스는 앨런의 현학 취미를 드러낸
듯하지만 거슬리지는 않는다.

미라 소르비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뉴욕 비평가협회상의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석권했다.

13일 코아아트홀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