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캄보디아 포첸통 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벗어나 논바닥에 추락한
베트남항공 815편은 착륙을 시도하다 갑자기 거센 바람을 만나 다시 상승을
시도했으나 충분한 양력을 얻지 못해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베트남 주재 건설교통관의 보고에 따르면 사고기는 관제탑의 착륙허가
를 받고 하강하던 도중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다시 상승을 시도했으나
힘을 얻지 못하고 야자나무에 부딪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사고기가 포첸통 공항의 착륙 최종 결심고도인 3백피트 이하로
내려가 착륙을 시도했기 때문에 속도를 최대로 줄인 상태에서 갑자기 바람을
만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항공기가 재상승하려면 양력을 얻는데 필요한 충분한 속도를
얻어야 하는데 너무 낮은 고도까지 내려가 속도를 최대한 줄였기 때문에
상승에 필요한 속도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기가 제작연도가 오래된데다 수년전에 단종된 러시아제 TU134기종
이어서 순간적으로 가속을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직 사고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단계라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사고기가 첨단 기종이었다면 재상승에 필요한 속도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사고기 추락 당시 프놈펜공항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급격한 기상변화로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시계장애를 일으켜
추락했을 가능성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사고는 대부분 복합적인 원인으로 일어나지만 테러 등
고의적 사고를 제외할 경우 악천후가 직간접적 원인으로 항상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공항의 보안시설 부실이 사고원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놈펜 포첸통공항은 지난 7월초 내전과정에서 심하게 파손돼 일시 폐쇄
됐었으며 캄보디아의 유일한 국제관문이지만 시설이 낡고 규모가 작아 보잉
747 등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포첸통 공항의 활주로는 길이 3천m, 폭 40m이며 항공보안
시설은 전방향거리표지(VOR/DME)와 무지향 표시시설(NDB)이 전부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제공항이 갖추고 있는 기상관측소나 자동착륙유도장치
(ILS) 등 첨단 보안시설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ILS시설을 갖춘 공항은 대부분 VOR/DME를 보조보안시설로 운용하고 있으며
NDB는 쉽게 말해 하늘의 등대격으로 첨단 보안시설로 볼 수 없다.

특히 캄보디아 내전중 공항주변의 군기지를 중심으로 공방전이 벌어져
공항시설이 많이 손상됐으며 공항이 재개된 이후에도 다른 항공사들은 이
공항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운항을 꺼려 현재 캄보디아 항공과
베트남 항공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