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태평성대를 구가하면서 기업 총수들이 대중적인 "권력"과
"명성"을 동시에 누리는 인기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빌 게이츠 회장이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미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선정된 것을
비롯, "막강한 인물 10걸" 리스트에 무려 7명의 기업총수 (CEO)들이
포함됐을 정도로 기업인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빌 게이츠의 경우 경제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로부터 "젊은
우상"으로 숭앙받는 위치에까지 오른지 오래다.
총수들의 이같은 대중적 인기는 해당기업의 이미지 강화는 물론
비즈니스에도 크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빌 게이츠와 악수를 나눌 기회를 갖는 일부 고객들은 마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과 상견례를 가진 것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또 한국의 LG그룹이 "벤치 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는
제너럴 일렉트릭 (GE)의 잭 웰치 회장의 경우처럼 미국내는 물론
해외기업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으로 이미지를 떨치는 총수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기업 총수들이 이처럼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미국 경제의 "순항"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들어 미국 연방 정부가 민간경제 활성화를 겨냥한
각종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함에 따라 이전에 비해 기업 등 민간부문의
비중이 공공부문을 크게 능가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러나 "기업총수 대중스타시대"가 열리고 있는데는 기업인들 스스로의
"자가발전"도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다.
앤드루 그로브 인텔 회장의 경우 미국 주요신물들에 정기적으로 기명
칼럼을 기고하는 것은 물론 잡지들의 지면을 "돈으로 사서" 개인홍보기사를
게재할 정도로 "인기 관리"에 신경을 쏟고 있다.
빌 게이츠는 빡빡한 일정속에서도 전체활동시간의 10~15%는 언론과의
인터뷰나 연설에 할애할 정도로 대외 이미지 제골 "주요업무"로 챙기고
있다는 것.
심지어 비즈니스 위크나 포천 등 유력 경제전문지의 중견 기자들과
각별한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을 "게이츠 장학생"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월트 디즈니 (마이클 아이즈너)나
질레트 (알프레드 자이언) 등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이같은 이미지 메이킹
결과 총수들의 카리스마가 적정선을 초과, 후계 구도를 무시하고 장기
집권체제를 갖추는등 기업내 민주화를 가로막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 뉴욕 = 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