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속락과 주식가격 폭락으로 경제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동남아국이
위기국면에서 탈출키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국 정부들은 시장안정대책을 일제히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 직접 힘으로 맞붙어 보겠다는 식의
초강경책으로 응수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총리는 2백4억달러(약 18조3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급락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증시를
부양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국영투자신탁회사의 펀드 판매와 국공채 발행 등을 통해 6백억링기트
(말레이시아통화 2백4억달러 상당)를 만들고 이 거금으로 콸라룸푸르증시
에서 주식을 매집하겠다는 내용이다.

주식 매집 조건으로 내국인 투자자들에겐 현재 싯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흡수하겠지만 외국인투자자 매도분은 예외없이 시가 대로 매입하겠다
고 덧붙였다.

투기적 매매를 일삼는 외국 헷지펀드들의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평소
말해온 마하티르의 소신이 정책에 반영된 셈이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인해 주가가 떨어져 신음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겐
손실 보전 차원으로 정부가 프리미엄을 얹어 주식을 사들여 외국인투자자와
차별대우를 하겠다는 뜻이다.

마하티르 총리의 말대로 증시 부양자금을 계획대로 조성해 주가 안정에
성공하고 그 파급효과로 말레이시아 링기트 가치도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들의 예측을 뛰어 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분명하다.


<>인도네시아 = 경제의 기초체력(펀드멘틀)을 보강하는 장기적인 처방을
내놓아 말레이시아 정부와 대조를 이룬다.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3일 루피아(인도네시아 통화)하락과 증시불안정에
대한 대책으로 재정 긴축과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골자로한 10개항 경제
구조 조정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현행 49%로 돼있는 신규 공개 주식의 매입한도를 철폐하는
증시부양조치도 들어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대응책은 장기적인 정책으로 환시 및 증시의 기류를
단기간안에 바꾸어 놓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국 =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원조를 최대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태국은 이미 1백72억달러에 이르는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을 얻었는데도
추가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태국정부는 일본에 외무차관을 보내 자본투자 및 기술이전
확대에 합의하는 등 일본쪽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필리핀 = 페소(필리핀통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해 그동안 인상해온
금리를 다시 소폭 인하키로 했다.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인상으로 시중자금이 경색됨으로써 기업 활동이 무척
힘들어졌다고 판단해 금융완화정책을 다시 펴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이 동남아국이 통화 및 증시위기에 직면해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위기
극복책을 내놓았으나 나라별로는 치유 방법을 서로 달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느 나라의 처방이 특효를 낼지는 상당기간 지켜볼 일이다.

<양홍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