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토스 시승은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의 연속이다.

"경차는 작다"는 선입견은 운전석에 앉아 기지개를 켜면서 여지없이 깨졌고
교통경찰이 호기심에 일부러 차를 세울 정도로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배기량 8백cc의 엔진은 에어컨을 켜고도 시속 1백20km까지 무난하게 속도를
높여 주는가 하면 껑충한 키에도 코너링에 부담이 없다.

지난 5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이 차의 컨셉트카 "MX"가 양산차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추측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이 차의 영문이름 "ATOZ"가 "A to Z(A에서 Z까지)"의 합성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무결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현대의 설명이 결코 과장은
아닌 듯 싶다.

아토스의 디자인을 설명하기란 처음 본 코끼리를 이야기하는 것만큼 어렵다.

큰 키도 그렇지만 앙증맞고 동글동글한 앞모습이나 직선의 옆모습, 깎아지른
듯한 뒷모습은 어느 것 하나 같은 구석이 없다.

우선 앞모습은 강아지 얼굴을 보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가운데로 쏠린 디자인에서 직선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경차의 이미지는 앞모습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

옆모습은 직선이 주류다.

도어 손잡이만 원형으로 처리됐을 뿐이다.

아토스의 가장 큰 특징은 뒷모습이다.

C필러는 수직으로 처리돼 리어램프를 감싸안고 있다.

네모 반듯한 디자인이 앞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실내장식도 흠을 잡기가 어렵다.

간단명료한 계기판을 포함해 모든 것이 원형으로 처리됐다.

큼직큼직하게 만들어진 스위치가 마음에 든다.

머리위 공간이 넉넉해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앞좌석 공간이 넓어 운전하는데 걸리적거리는게 없다.

뒷좌석은 접어서 화물칸으로 활용할수도 있다.

운전석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시야가 넓다는 점이다.

차체가 높을뿐 아니라 최저지상고도 승용차에 비해 높아 지프형자동차를
모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클러치페달이 가벼워 같이 시승을 한 동료들도 시동을 한두차례 꺼뜨렸지만
적응을 하고나니 순발력이 더욱 마음에 든다.

아토스의 엔진은 배기량 8백cc, 최고출력 51마력의 4기통 엔진이다.

일반 승용차를 모는 것과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에어컨을 켜고도 시속
1백20km를 내는데 어려움은 없다.

제원표상 최고시속인 1백40km를 내는 것은 힘들지만 시속 1백20km까지는
가속역시 나무랄데가 없다.

키가 큰 탓에 옆바람을 받아 흔들리는 것을 느낄수 있지만 코너링에서는
큰 키의 약점을 거의 느낄수가 없다.

시속 80km에서 급코너를 돌아도 안정적이다.

정확한 스티어링 성능과 긴 휠베이스가 충분한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을 넘는데도 큰 무리가 없지만 오히려 작은 충격에는
약간 약하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아토스의 경차 소감을 한마디로 하자면 경차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소홀한 부분을 찾기가 힘들다.

흠을 잡자면 가격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아토스 가격은 기본모델이 4백98만원, 고급형인 아토스벤처가 5백27만원
이다.

그러나 대우 티코에 비해 월등한 안전장치와 편의장치에 들어간 비용을
따지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는게 현대의 주장이다.

게다가 경차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감안하면 판매에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계약 첫날 계약대수가 1만5천대에 육박한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토스의 판매 호조가 엑센트 판매에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하는게
현대의 단한가지 걱정인 셈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