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로 부도유예협약 적용기간이 끝나는 기아그룹은 20일께 회생여부
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등 협약적용대상인 15개 계열사의 경영실사결과가 이때쯤 나오기
때문이다.

채권금융단은 김선홍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사표포함) 제출문제도 이즈음을
전후해 매듭지을 방침이다.

현재 기아그룹의 자금사정과 채권단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김회장의
사표제출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등 주력계열사를 살리려면 부도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하는데
김회장의 사표없이는 어떤 형태의 정상화방안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더욱이 최근 부도유예협약을 개정,경영권포기각서 제출을 협약적용의 전제
조건으로 삼아버렸기 때문에 채권단은 더이상 양보할 명분도, 의사도 없다.

채권단은 어쨌든 실사결과와 김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여부를 토대로
오는 26일께 전체채권단회의를 열어 각 계열사의 선별정상화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실사과정을 종합해 보면 기아자동차는 "회생"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등 3개계열사의 실사를 맡고 있는
한국신용정보측은 "기아자동차뿐만 아니라 전후방계열사들인 기아중공업
기아정기 기아자동차판매 등이 모두 흑자기업이어서 기아자동차는 회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자동차는 연간매출액(1조6천억여원)에 비해 총부채
(2조3천억여원)가 많은데다 누적적자도 엄청나 정상화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아시아측이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 등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다
재경원도 기아-아시아자동차를 동반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채권단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기아특수강은 현대 대우가 공동경영방침에 대한 방안을 설득력있게 제시
하지 못할 경우 서둘러 제3자인수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실사결과 회생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계열사에 대해선
<>원리금상환유예 <>우대금리적용 <>긴급운영자금제공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그렇다면 역시 기아처리의 관건은 김회장의 사표제출여부에 있다고 볼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렇다할 얘기가 없지만 채권단내부에서는 희망섞인 관측들이
나돌고 있다.

채권은행의 한관계자는 "최근 기아그룹 고위층 인사가 제일은행을 방문,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를 비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기아측 인사는 김회장의 사표제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표제출은) 김회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기아그룹 내부의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김회장의 사표제출에 강경하게 반대해 오던 직원들이 조금씩 생각을 바꾸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채권은행들로부터 무역금융 신규지원이 중단되면서 자동차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자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일은행의 류시열행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기아측 동향을 전해듣고 있다"
며 "실사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